(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온통 미국의 고용지표에 쏠려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잣대가 되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고용지표의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용 부문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가 일부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 등이 강조하는 고용에 대한 연준의 판단을 가늠해 보려면 미국의 평균실업듀레이션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균실업듀레이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늘 챙겼던 것으로 알려진 차트 가운데 하나다. 27주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의 비율인 장기실업비율의 보조지표로도 활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충격에서 미국이 언제 벗어나는지 여부를 가리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가계의 소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벤 버냉키가 늘 챙겼던 차트

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치솟기 시작한 미국 '평균 실업 듀레이션' 추이를 늘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 2년 뒤부터 실업 듀레이션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일자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져서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50년대부터 데이터가 집계된 이후 미국 실업자들의 평균 실업 듀레이션은 20주를 넘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1980년대 중반 잠깐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 실업자들의 평균 실업 듀레이션은 금융위기 전까지 10~20주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60년 이상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미국 실업자들의 평균 실업 듀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장기박스권을 상향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파장이 본격화된 2010년 30주를 상향돌파한 데 이어 2011년에는 40주까지 늘어났다.

버냉키 전 의장 등 미 연준이 제로금리를 도입한 데 이어 양적 완화까지 실시하는 등 '헬리콥터 머니'를 쏟아부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후 미국 경제는 다우지수 기준으로 3배 이상 오르는 등 빅랠리를 펼쳐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직전까지 사실상 완전고용을 유지했다. 평균실업듀레이션도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내려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2019년 4월 평균실업 듀레이션은 24.2주에 달했다. 이후 미국은 초호황을 누리면서 평균 실업 듀레이션이 지난해 3월 17.5주로 내려섰고 4월에는 7.7주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접어들었다.

◇단기 실업 줄어도 장기실업은 여전

불과 1년여전 한자릿수까지 내려섰던 평균실업듀레이션은 지난 5월 30.7주로 급증했고 6월에는 29.8주로 소폭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평균실업듀레이션에서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2.1%에 달하는 등 고용지표의 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눈물겹게 늘려왔던 일자리 2천300만개가 연기처럼 사라진 뒤 아직 상당 부분은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장기실업을 의미하는 27주 이상 실업자 수는 지난 6월 계절조정기준으로 398만5천명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28만5천명보다 무려 270만명이나 많다. 5주 이하의 실업자 수는 올해 6월 현재 198만1천명으로 지난해 6월의 362만명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하는 파월 의장 등 일부 연준 고위관계자들의 행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평균실업듀레이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등은 단기지표인 반면 평균실업듀레이션 등은 근본적인 변화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은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의 재정지출, 경상수지의 함수다. 미국은 이 가운데 가계의 소비가 68%를 차지하는 등 가계의 지출에 의존하는 편중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량 실업 장기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GDP에 훨씬 치명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이미 GDP의 25%에 이르는 재정 부양책을 실시한 데 이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또 추진 중이다. 3조5천억달러 규모의 가족지원대책은 별도의 재정부양책이다.

해당 재정부양책이 고용지표에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에 따라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의 시간표도 결정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의 뇌리에서 지워졌던 미국의 평균실업듀레이션 차트가 새삼 중요해졌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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