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속속 매파로 커밍아웃하고 있어서다. 자산 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 시한이 연말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등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간표를 알려면 이제부터 임금 상승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지표 호전과 함께 임금 상승세가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하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소장 김욱중)는 최근 정리한 자료 등을 통해 최근 미국의 임금 상승 압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경제 재개가 본격화된 2분기 이후 임금 상승세는 지표로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임금지표인 노동통계청(BLS)의 시간당임금 및 기업인건비지수(Employment Cost Index)와 기업 대상 서베이 지표 등이 급등세를 보여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지난 5월 이후 뚜렷한 상승세로 반전됐다. 지난 4월에 전년동기대비 0.4%였던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5월에 2.7%, 6월에 3.7%, 7월에 4.0%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식당과 슈퍼마켓 노동자 평균 시급이 사상 처음 15달러를 넘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노동부 통계상 음식점 비관리직 노동자 평균 시급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 13.86달러에서 지난 6월 15.31달러로 10.4%나 올랐다. 슈퍼마켓 노동자 평균 시급도 6월 기준 15.04달러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7% 상승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시급을 올린 것만 아니라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인력 확보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고용인원이 160만명에 이르는 등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월마트도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월마트는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근무자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비와 책값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월마트 미국 근무자 약 150만 명 가운데 2만8천여 명이 대학에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마트는 또 미국 190개 물류 창고 직원들에게 최고 1천달러에 이르는 특별 보너스를 제공하고, 일부 직원들에게는 한시적으로 급여를 인상해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타깃도 미국에서 일하는 모든 정직원과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대학교 학비와 교재비를 지급한다고 최근 밝히는 등 대형 유통업체간 인력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타깃과 베스트바이 등이 지난해 직원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렸고 편의점 체인인 CVS는 내년 여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현재보다 4달러 인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코스트코의 경우 2019년 이래 15달러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2월 16달러로 1달러 올렸다.

임금 상승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건비 지수(Employment Cost Index)에서도 임금(Wages & Salary) 지수는 2008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도 인건비 상승 압력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란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기업인플레이션기대(BIE) 서베이에서도 기업들은 6월(3.0%)에 이어 7월(2.9%)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응답했다.

시장은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노동시장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임금 인상이 보다 광범위한 업종과 직업군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향후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존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임금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뱅크오프아메리카(BOA) 등 일부 월가 투자은행은 자발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됐던 460만명 가운데 일부가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도 실업급여, 팬데믹 긴급실업보상금 등의 지급이 중단되면서 노동공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800만~900만 명의 실업자들이 급격한 소득 감소에 직면하면서 구직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하기 위해 임금 상승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등 고용지표와 함께 임금 상승세도 꼼꼼하게 챙겨야 할 듯하다. 그래야 거세진 인플레이션 압력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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