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오는 27일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파월 의장이 이날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tapering)에 대한 얼개를 내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 금융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테이퍼링에 대한 파월의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를 떠나 이에 따른 파장에 대해서도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7월 연방공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직후 시장은 각오를 다잡았다. 테이퍼링이 늦어도 올해 11월께는 실시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변수가 됐다. 델타 변이 확산 영향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인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바람을 잡았다. 당초 9월 테이퍼링 선언, 10월 개시'를 주장했던 카플란 총재는 지난 주말부터 델타 변이의 확산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사무실 복귀와 고용 및 생산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델타 변이 추세를 자세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테이퍼링 연기를 시사했다.

이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주말 한때 1.22% 수준까지 내려서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주 들어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1.34%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버블경제의 관점에서 경제성장을 수반하는 버블을 합리적 버블이라고 일컫는다. 통상 자산 가격에 버블이 없으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격이 하락하지만, 합리적 버블일 경우 경기사이클 변화에 따라 가격이 급변한다. 경제와 괴리된 버블은 투기적 버블(Speculative Bubble)에 해당한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투기적 버블의 전형적인 경우다.

학계에서도 통상적인 자산가격 결정 구조와 동떨어진 미국채 가격 결정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하노 루스티그 교수는 올해 미국채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격을 가늠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둘러앉았다.

이들은 미 국채 가격을 들여다보면서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가 곧 세금을 올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한다는 점이 미 국채 수익률 하락(가격 상승)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루스티그 교수는 설득력이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미 국채 가격은 '합리적 버블'이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에 대해서는 특별한 자산이라며 다른 채권 등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규제 당국으로부터 고무된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됐다. 규제 당국은 은행을 통해 미 국채를 무위험자산(risk-free) 자산으로 취급하도록 독려했다. 연준이 이를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올해 1월과 7월에는 연준이 미 재무부가 발행한 미 국채 거의 전량을 유통시장을 통해 사들였다.

매수자가 보장돼 있으니 합리적인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할 리가 없다. 연준의 뒷배가 사라진 미 국채 유통시장이 지금처럼 호시절을 이어갈 수 있을까.(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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