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초장기 채권의 상대적 강세 이면에는 단타 매매 세력의 수급이 숨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금리 상승 국면 속에서 정부의 국고채 발행 관련 예상이 시장에서 혼재해, 국고 30년물을 사들인 이른바 딜커(딜러+브로커)의 포지션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8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장외시장 투자 주체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4565)을 보면 이달 들어 전 거래일까지 국고 30년 지표물 21-2호는 총 5조609억원 거래됐다. 발행·입찰물을 제외한 거래량이다. 증권사가 2조2천120억원, 보험·기금이 1조9천221억원 거래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 종목의 거래 중 딜커를 포함한 단타 매매 세력들의 포지션이 섞인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들은 추석 전후에 초장기물을 사들였다가 최근 일부를 정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수급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0월 금리인상 가능성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다양한 재료와 만나 초장기물 시세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이후 국고 10년물 금리가 17bp 이상 오를 때 30년물 금리는 15bp 이내의 금리상승폭을 기록하며 수준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전거래일 민평 금리는 30년물이 2.155%, 10년물이 2.172%를 기록했다.

초장기물의 상대적 강세를 엮은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했다고 해도, 최근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가 심한 상황이라는 것이 단타 매매 세력들의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의 국채 발행 관련 예상이 일부 빗나가기도 하면서 포지션이 재차 꼬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장기물을 둘러싼 수급이 금세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최근 딜커를 포함해 일부 증권사들이 30년물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시장참가자들이 기재부가 국고채 모집을 통해 30년물을 추가 발행할 수 있다는 얘기를 흘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의 모집이 발표되지 않았고 분기 말에 접어들면서 이익에 대한 셈이 빨라지고 있다"며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국고채 모집 발행을 하지 않았다. 8월에는 국고채 모집 계획을 월간 발행계획에 넣었다가 이후 취소했고, 9월에는 모집이 필요하면 별도로 공고하겠다고 명시했다. 국고채 모집이 매달 관행적으로 나오지는 않는 것이다.

시장에 남은 단타 매매 세력의 초장기물 포지션은 다음달 국고채 발행 계획에 따라 재차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로 갈수록 국고채 발행량이 줄어들 텐데, 구간별 감소 규모가 관건으로 꼽힌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어차피 딜커 등은 초장기물을 오래 들고 갈 수 없으니 정리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시점이 나오지 않으면 손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투자기관이 어느 시점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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