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안건은 겨우 7건에 불과…큰 변화도 없어



<<※편집자 주 = 지난해 4월 21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100건에 가까운 연기금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으나 대다수는 심사·처리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습니다.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만 계류 중인 법안이 60개에 이릅니다. 연기금은 국내 투자자 중 상당한 비중과 영향력을 가진 만큼 관련 법안이 미치는 영향력도 크고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 법안이 국회서 공회전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시장에 리스크 요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금·공제회와 관련한 계류안을 전수 검토하고 내용을 분석한 뒤 법제화 가능성을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주요 연기금에 관한 개정법률안 대부분은 여전히 국회에서 공회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법을 비롯한 연기금·공제회 관련 개정법안은 21대 국회 들어 100건 가까이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가결된 것은 10건도 채 되지 않았다. 가장 많이 발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가결에 성공한 것은 3건에 불과했으며 공무원연금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사학연금법), 각종 공제회 관련 법도 각각 1~2건만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일단 발의하고 보자는 '실적 쌓기' 입법 행태가 21대 국회에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발의안 90건 중 통과는 겨우 7건…'일단 지르자'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2020년 4월 15일~) 들어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와 관련해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9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무원연금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개정안이 각각 5건이었다. 군인연금법 개정안은 9건으로 나타났다.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에 관한 개정안이 나머지 10건이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월평균 5건씩은 연기금 관련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하지만 실제 가결된 법안은 소수에 불과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원안 가결이 2건, 수정 가결이 1건에 머물렀고 8건은 대안반영폐기 처리됐다.

대안반영폐기는 소관위원회에서 대안을 제안함에 따라 의안의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이 대안에 반영된 경우로 다른 의안과 하나로 통합돼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는 처리 결과다. 개별 의안을 법제화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을 때 연관 있는 법안들을 묶어 새로운 의안을 만들고 기존 의안은 폐기한다. 대안반영폐기된 8건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장을 제안자로 한 법안 2건(2건+6건)으로 통합됐고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원안 가결됐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원안 가결로 나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장이 발의한 이 두 건의 법안이 전부다.

대안폐기 과정 없이 의원들이 발의한 안건이 가결된 것은 이종성 의원 등 12명이 공동 발의한 안건 1건뿐이다.

다른 연기금법 개정안도 다를 바가 없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사학연금법 개정안 5건 중 가결된 것은 이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1건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법도 발의된 개정안 5건 중 1건만 행정안전위원장 제안으로 대안 원안 가결됐고 1건은 대안반영폐기됐다. 군인연금법 관련 법안은 총 9건 중 1건도 가결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각종 공제회 관련법 개정안도 총 10건이 발의된 가운데 단 두 건만 가결에 성공했다. 박홍근 의원 등 15명이 발의한 교정공제회법 일부개정안이 작년 9월 원안 가결됐고 박홍근 의원 등 13명이 공동 발의한 과학기술인공제회법 일부개정안은 작년 11월 수정 가결됐다.

결국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연기금·공제회 관련 개정안이 실제 법제화한 것은 90건 중 7건으로 비율로 따지면 10%도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가결 안건 보니…큰 변화는 없어

21대 국회에서 법제화한 법안들은 기금운용이나 연기금의 사업 환경 등의 굵직한 변화보다는 연금 지급과 관련한 미비점, 제도 보완 등이 주를 이뤘다.

이종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근로자에게 연 2회 이상 체납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동자의 권익과 연금수급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해당 개정안은 기금운용이나 연기금 사업 등 큰 틀이 아닌 연금 수급자 개인의 권리 향상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작년 12월 가결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일명 '구하라법'을 공무원연금에도 적용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양육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유족에겐 급여 지급을 일부 또는 전액 제한하도록 했다. 지난 2019년 작고한 가수 구하라의 모친이 그간 양육책임을 회피했음에도 유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자 이를 방지하려 도입한 '구하라법'을 공무원연금에도 도입한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이와 함께 인사혁신처장의 감독상 필요한 조치를 위반했거나 검사를 거부·방해 등을 했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도 상향하기로 했다.

기금 운용과 관련된 법안은 사학연금법 개정안 정도뿐이었다. 이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학연금법 개정안은 사학연금의 국내주식 대여금지를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고 있다며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제재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사학연금에도 같이 적용한 법안이 도입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법안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으로도 발의된 상태로 사학연금법이 개정된 만큼 향후 공무원연금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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