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5주만에 최고치 수준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인 것으로 풀이된 영향이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11.55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1.020엔보다 0.530엔(0.48%)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679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6980달러보다 0.00182달러(0.16%)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0.30엔을 기록, 전장 129.85엔보다 0.45엔(0.35%)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93.399보다 0.35% 상승한 93.722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1.5%대 안착을 시도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캐리 수요가 유입되면서 달러화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캐리 통화인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3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공개한 연준이 당초 전망보다 매파적인 탓으로 풀이됐다. 연준은 11월에 자산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에 나서는 데 이어 내년부터 금리 인상을 본격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은 전날에도 이어졌다.

연준내 서열 3위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자산매입을 축소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뉴욕경제클럽 행사 참석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완전 고용을 향한 진전도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예상하는 대로 계속 개선된다면, 자산매입 속도 조절이 곧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중반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총재도 연준이 곧(soon)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번스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가 우리가 지난해 12월에 제시한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하기 위한 기준인 상당한 추가진전의 기준에 근접했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고용 개선 흐름이 계속된다면 그러한 조건이 곧 충족되고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됐다. 헝다 그룹의 달러채권 이자 지급 규모가 연내로만 5억달러가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지급해야 했던 8천350만달러보다 6배가 넘는 규모의 이자 지급이 남아 있는 셈이다. 연합인포맥스 'IHS마킷 해외채권서비스(화면번호:4010)' 등에 따르면 헝다는 이달 23일을 포함해 올해 연말까지 총 5억3천4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해당 달러채는 총 7종목으로, 오는 10월 11일과 12월 28일이 주요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헝다는 지난 23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20억3천만 달러 규모 달러채에 대한 쿠폰이자 8천3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회사는 3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를 지불할 수 있으며, 시일을 넘길 경우 채권단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게 된다.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한 달러채 디폴트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파장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됐다. 유가는 전날까지 6일 연속 상승했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도 올랐다.

시장은 이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동반 출석하는 이날 미국 상원 의회 증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사전 배포한 서면 답변을 통해 공급망의 병목현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2% 목표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런 의견을 말했다.

MUFG의 외환 분석가인 리 하드만은 일본 엔화는 미국채 2년물 및 10년물 수익률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G10 통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수익률에 대한 상승 압력은 단기적으로 달러-엔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면서도 "엔이 '너무 저평가'돼 있어 약세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NG 전략가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 헝다사태, 미국 부채 한도 협상, 델타 변이 등 외환 시장의 많은 엇갈린 흐름 속에서 견인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주제는 시장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의 경로를 재평가하는 정점에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단기적인 큰 움직임은 특히 내년 2분기부터 달러화의 강세를 점친 주요 이유"라면서 "우리는 그 움직임이 단기금리 상승으로 더 일찍 올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재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엔화 약세는 에너지 대국으로서의 일본의 역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코메르츠방크 외환 분석가인 에스터 레이첼트는 "공급 병목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경기 회복이 더 위험해질 것이고 통화 정책의 상당한 긴축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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