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money talks'. 옥스퍼드 영한사전에 따르면 '돈이 권력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돈이 최고다' 정도로 의역할 수도 있는 이 말은 자본의 심장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가수 방탄소년단(BTS)에서 부터 최근의 인기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에이르기까지 자본의 심장인 뉴욕에도 한류(K-wave)가 일고 있다. 이른바 한류가 돈이 되고 있어서다.

◇팡(FAANG)의 지진아였던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IT 업계 선도 기업들을 일컫는 팡(FAANG) 가운데에도 지진아로 손꼽혔다. 디즈니 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의 약진으로 스티리밍 서비스가 실적 전망치를 넘어서지 못했고 회사 자체의 실적 예상치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팡(FA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 미국에서 스트리밍 점유율이 2019년보다 9% 감소했고 실적도 경쟁사인 디즈니에 비해 저조했다.

BK자산운용의 보리스 슐로스버그는 지난 5월에 넷플릭스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드는 높은 비용, 새로운 경쟁사, 그리고 가입자 증가의 둔화 등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궁극적으로 현존하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큰 글로벌 상업 방송 브랜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주가 약세를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의 현금이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넷플리스가 팡 무리 중에서 가장 약한 종목이며, (넷플릭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쯤이면 노골적인 비토다. 당시 넷플릭스의 주가는 500달러 언저리를 오르내렸다.

◇넷플릭스 주가 끌어올린 '오징어 게임'

월가에서 지진아 취급을 받던 넷플릭스는 한국이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화려하게 다시 비상했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흥행 덕분에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만 438만 명이나 늘어나면서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 386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누적 가입자는 2억1천360만 명으로 늘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효과가 4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신규 가입자 예상자만 850만 명에 이른다. 월가 추정치 833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오징어 게임 효과는 돈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4억8천만 달러(8조8천151억 원)를 기록했고 주당 순이익(EPS)은 3.19달러였다.

넷플릭스 주가도 오징어 게임 효과 등을 반영하면서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668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뉴욕의 월가가 오징어 게임 등 한류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징어 게임'은 한류의 일부일 뿐…상당 기간 지속될 것

월가의 투자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오징어 게임'은 한류의 일부일 뿐이며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트리밍 업계가 '돈이 되는' 한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한국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빠르게 한국 콘텐츠를 활용해 왔다. 아마존과 디즈니와 같은 다른 회사들도 같은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한류는 이제 '놀이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뉴요커를 사로잡고 있다.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지사장 박재석)가 지난 26일(현지 시각) 맨해튼 일원에서 진행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이 호응을 얻었다. 모두3천115명이 이번 행사 참가 신청을 했고, 80명이 최종 선발돼 초록색 트레이닝복의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 복장을 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관과 코리아타운 등을 둘러봤다. 이어 맨해튼 한복판에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딱지치기' 등의 놀이가 드라마처럼 서바이벌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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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지사장 박재석)가 지난 26일(현지 시각) 맨해튼 일원에서 진행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에 참석한 현지인들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제공)>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클래식에서 K팝까지 한국의 음악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듀오인 안젤라 전·제니퍼 전 자매는 이날 세계적인 한국 음악가인 윤이상이 작곡한 '페초 판타지오소'를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축하 공연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걸그룹 에스파가 서울에서 사전 촬영한 2곡의 퍼포먼스 영상을 이날 선보이며 K팝의 저력을 뽐내기도 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신영옥은각국 유엔주재 대사 등 250여 명의 청중 앞에서 '넬라 판타지아'와 '입맞춤'(Il Bacio) 등을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 행사를 직접 챙겼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코로나19와 분쟁, 가난, 기아, 기후변화의 재앙은 세계가 아직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면서 "지난 20개월은 극도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오늘 밤은 하나가 돼서 공연을 시청하자"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방탄소년단(BTS)이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에서 감동적인 연설과 함께 본회장을 무대로 '퍼미션 투 댄스' 공연은 펼쳐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한류를 소프트파워로 연결해야

이제 세계인을 이목을 사로잡은 한류의 힘을 한국 자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로 연결할 방안을 찾을 때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강제적인 힘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일컫는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조지프 나이 등 세계적인 지성들은 21세기는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 주도의 문화의 세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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