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으면서 각국이 과세 형평성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대표적인 진보 인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의원이 부유세를 둘러싸고 최근 논쟁을 벌인 것도 결국은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주에 트위터에 "우리는 극도로 부유한 자들이 공정한 (세금) 몫을 납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머스크는"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속 잊고 있었다"는 댓글을 달아 조롱했다.

머스크는 "주식을 더 팔아치울까요, 버니? 말만 하세요", "버니는 '뭔가 만드는 사람(a maker)'이 아니라 '가져가는 사람(a taker)'"이라고 덧붙이며 샌더스의원과 각을 세웠다.

월가에서도 대표적인 이단아인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민주당에서도 진보적인 의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전인 지난 2019년 11월22일 종가 기준으로 66.61달러에서 지난 24일 종가 기준 1천116.00달러로 무려 1천675%나 올랐다.

미국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진영 논리에 따라 해당 논쟁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부동산 재산세에 대한 논쟁은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뉴욕이나 인근 뉴저지 일대에서는 관련 논쟁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들이 재산세를 주거비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어서다. 지방자치가 강한 주 정부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일종의 보유세인 재산세에 의존하고 있고 납세자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있다.

통계전문 웹사이트 하우머치닷넷이 최근 공개한 '전미 50개 주정부 세수입 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는 전체 세수 가운데 재산세로 거둬 들이는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3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는 47.5%를 재산세로 거둬 들인다. 50개주의 세수입 평균 비율은 재산세 비율이 31.3%, 판매세 비율이 23.3%, 개인소득세 비율이 22,9%, 법인세 비율이 3.7%, 기타세금 비율이 18.9%였다.

이런 세수 비율은 민간 중심의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의 유명 부동산 중개 사이트인 리얼토닷컴에 따르면 뉴욕에서도 고급 주택 단지로 알려진 맨해튼 어퍼 이스트 쪽에 위치한 침실 2개에 욕실 2개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79만5천달러로 나와 있다. ( https://www.realtor.com/realestateandhomes-detail/141-E-88th-St-Apt-2E_New-York_NY_10128_M40030-41430" target="_blank">https://www.realtor.com/realestateandhomes-detail/141-E-88th-St-Apt-2E_New-York_NY_10128_M40030-41430). 달러-원 환율을 1천190원으로 적용하면 21억3천600만 원 가량이다. 면적은 1천314제곱피트로 122㎡ 정도이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평수 개념으로는 35평 남짓이다.

해당 물건의 재산세는 월 1천555달러라고 확정적으로 고시돼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만8천660달러에 달하고 환율 1천190원을 적용하면 2천220만원 정도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사이트인 리얼토닷컴(https://www.realtor.com/)에 올라온 뉴욕 맨하튼의 아파트 매물:홈페이지 갈무리>



뉴욕시에서 집을 소유하려면 한 해에 공시된 집 값의 평균 1.92% 수준에 이르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재산세 부담은 뉴욕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뉴저지로 가면 더 심각해진다. 뉴저지는 평균 재산세율이 무려 2.3%에 이르기 때문이다. 세금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매매가격의 90%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5억원 가량의 주택을 소유하려면 세금만 한 해 1천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해당 물건의 재산세는 월간 1천555달러 연간 1만8천660달러에 이른다:홈페이지 갈무리>



이 때문에 주택실수요자들은 모기지 상환 원리금뿐만 아니라 세금부담 계획까지 현금흐름에 포함해 주택구매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택 중개 사이트도 보유세를 아예 월간 단위로 배분해서 매달 부담해야 할 비용을 미리 보여줄 정도다. 주택 보유자들은 일종의 월세를 내는 개념으로 주택 가액의 2% 안팎에 이르는 보유세를 12개월에 나눠 적립해두고 있다.미국 뉴욕과 뉴저지주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만만찮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재산세 평균은 평가가액의 1%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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