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제부터 진짜 조심해야 할 듯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방정식이 변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낯빛을 바꾸고 있다.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내년 1분기에 마무리하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연합뉴스 제공>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재점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장난삼아 만든 가상화폐부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종목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의 빅랠리를 뒷받침했던 핵심 방정식이 연준의 초저금리였기 때문이다.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지금의 가치로 평가하는 현가 모델의 핵심 방정식은 분모에 금리가 들어간다. 그동안 분모에 들어가는 금리는 실질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모든 자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분자의 가치가 변하지 않아도 분모가 줄어들면서 현가를 더 부풀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 강화에도 아직은 미국 뉴욕증시 등 위험자산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기준인 벤치마크 금리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아직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일 기준으로 연 1.45%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덕분에 위험 자산들도 아직은 큰 폭의 조정을 받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평가됐다는 우려 속에도 좀처럼 조정을 받지 않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시가 총액은 대략 11조 달러에 이른다. 기술주가 대거 포진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9조 달러에 달한다. 4차산업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술주로만 구성된 나스닥 지수도 23조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다 최근 밈 주식의 급등으로 급성장한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 시총 3조5천억달러까지 합치면 뉴욕증시 시총은 어림잡아 76조 달러가 넘는다.

미국의 국내 총생산은 국제통화기금 공식 집계 기준으로 지난 2018년 현재 21조6천억 달러 수준이다. GDP 성장률을 넉넉하게 고려해도 올해 미국의 GDP는 25조달러 안팎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미국 증시의 시총은 GDP의 250%수준에 이르는 수준이다.

해당 비율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렌 버핏이 선호하는 시장 지표여서 이른바 '버핏지수'로 불리며 경제 규모에 따른 주식 시장의 가치에 대한 직관적인 평가로 널리 쓰인다.

해당 지표는 대공황이었던 1929년 주식 시장 붕괴 직전에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치였던 약 100%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이었던 2000년에는 약세장이 시작되기 직전에 약 150%로 또 다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에는 주요 지수가최소 20%의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8년에도 다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5년부터 2020년 사이의평균은 100.9 % 수준이다.

낙관론자들은 "이번은 다르다"며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예전과는 다른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의 유명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과도한 부채로 일궈진 호황은 언제나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월드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카르멘 라인하트와 공동으로 저술한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저서를 통해 금융위기의 징후가 보여도 '이번엔 다르다'라는 착각으로 우리는 늘 광풍이 지나간 뒤에야 교훈을 깨닫는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매파적으로 돌변해도 이번은 다르다는 주장이 유효할지 지켜볼 일이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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