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급해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상치 않아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제몫을 하지 못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노릇을 해야 하지만 되레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욕 금융시장은 연준이매파적 행보를 강화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했다.

연준은 지난 15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규모를 기존 매달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등 매파적 행보를 강화했다.지난 11월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규모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연준은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진전과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을 고려해 위원회는 국채 2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00억 달러씩 축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서 내년 3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회의에서 내년 1회 금리 인상을 예상한 데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연준의 노력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우선 저임금 급여자들을 중심으로 임금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진단됐다.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고용의 공급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보면 상당기간 고용에 대한 공급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점쳐졌다.

경제활동인구에서 퇴장한 은퇴인구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됐다. 오해 2분기까지 감소한 경제활동인구 360만명 가운데 3분의 1일 120만명은 은퇴인구로 분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노출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부의 효과가 조기 은퇴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에대한 두려움은핵심연령층(25~54세)의고용시장 진입에도 장벽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팬데믹(대유행) 전인 2019년에 82.5%에 달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지난 11월 기준으로 81.8%에 그쳤다.

최근 수년간 이민 유입이 급속하게 줄어든 영향도 고용시장의 더딘 회복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됐다. 팬데믹 이후 비자발급 지연으로 비이민 임시근로자 40만명과 이민 근로자 30만명의 고용시장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임대료 및 주거비 상승도 물가 상승세를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거비는 소비자물가의 33%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경향이 짙다. 팬데믹 기간에 주택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주거비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저격했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연준의 통화정책 발표 당일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이물가를 연착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통화정책을 오래된 호텔에서 샤워기의 물을 조절하는 것에 비유했다. 통화정책을 곧바로 시행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시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대응할 때 자주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계열 경제학계의 황태자였던 서머스가 '샤워실'을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뉴욕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50년전 주창한 명언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 같은 정책 실수를 언급하며 파월 의장을 간접적으로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샤워실의 바보는 샤워실에서 물을 틀 때 따뜻한 물이 빨리 나오게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과도하게 돌렸다가 너무 뜨거우면 깜짝 놀라 얼른 찬물 쪽으로 돌리는 경우를 일컫는다. 찬물이 세게 나오면 따뜻한 물로 성급하게 꼭지를 돌리는 반대의 경우도 포함된다. 경기과열이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 및 재정 정책 당국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우화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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