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국채 시장이 연초부터 혼비백산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탓에 파티의 흥이 너무 빨리 깨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당초 전망보다 훨씬 매파적인 행보를 강화했다.



◇2년간 이어진 파티의 흥이 깨졌다

지난 5일 공개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대체로 경제, 즉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인적 전망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른 시점에 혹은 더 빠른 속도로(sooner or at a faster pace)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지난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3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또한 내후년에는 2회 인상을예상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8조7천600억 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1.70%까지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은 한때 0.833%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화들짝 놀라면서다. 미 국채 10년물은 지난해 연말 1.511%에 마감했고 미국채 2년물은 0.73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채 시장은 지난 2년여간 이어져 온 파티 열기가 싸늘하게 식고 혹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 연준 없는 미국채 시장은 변동성 확대 불가피

연준이 미국채 시장에서 역할을 줄일 경우 마땅한 시장 조성자 역할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과 거래하는 프라이머리 딜러(PD) 24개사 대형 은행들이 미국채를 보유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되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으로 대형은행들의 건전성은 강화됐지만 전통적인 미국채 시장에서 대형 은행들의 역할은 큰 폭으로 축소됐다. JP모건,시티그룹,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이 포함된 PD들은 그동안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해왔다. PD 사는 그동안 호가 갭이 벌어지면 자체적으로 충격을 완충하는 등 채권시장 안정에도 한몫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랑크법 시행 이후 PD사의 역할이 크게 제한을 받게 됐다. PD사가 미국채 시장에서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알려졌다. PD 사가 시장 조성자 역할을 꺼리면서 생긴 공백은 고빈도 매매 등을 일삼은 각종 헤지펀드들이 차지했다.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했던 PD사 대신에 고빈도 매매를 일삼는 헤지펀드가 미국채 유통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작은 시세 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여서다.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 뿐만 아니라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권 건전성 옥죌 연준 부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은행 감독 부의장 후임으로 세라 블룸 래스킨 전 재무부 부장관(사진)을 임명할 것이라고 소식도 미국채 시장은 주목할 전망이다.









<연준 은행 감독 부의장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세라 블룸 래스킨 전 재무부 부장관:연합뉴스 제공>



후임 부의장으로 유력한 래스킨은 민주당에서도 진보성향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은행 규제의 중요한 위치에 래스킨을 임명하면 엘리자베스 워런의원 등 진보성향 민주당 의원들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재임을 결정했을 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진보파 의원들을 다독이는 카드로 풀이됐다.

월가를 직접 감독하는 개리 갠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워런 의원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워런 의원은 월가의 탐욕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경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채 시장 등 월가는 연초부터 매파 본색을 드러낸 연준과 감독 당국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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