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제부터 MOVE 지수(The 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Index)를 좀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 같다. 미국 국채 수익률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MOVE 지수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한 지수를 일컫는다. 이 지수의 상승은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한때 1.80%를 찍는 등 최근 급등세를 보였다. 미 국채 10년물은 올해를 1.53%에서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월 4일에는 미 국채 수익률이 0.90%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MOVE 지수도 50 언저리 수준에서 지난 12일 장중 한때 77.85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상승률만 따지면 55% 수준을 넘어섰다. 변동성이 그만큼 증폭됐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는 등 미 국채 수익률 상승 요인이 우세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파장 등 미 국채 수익률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은 영향으로 풀이됐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일봉차트:인포맥스 제공>

◇금리 상승 요인 수두룩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행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 국채 수익률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의 3월 말 종료가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도 3월부터 단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연준 회의에서 최소 25bp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90%까지 올라갔다. 한 달 전에는 35% 수준이었고 지난해 11월에는 28.5% 수준에 불과했다.

연준의 양적긴축(QT)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지난주 발표된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9조 달러에 육박하는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문제를 지난해 12월 회의부터 논의했다.

연준은 당시 회의에 많은 위원이 첫 금리 인상 이후 이를 시행하는 데 동의했으며, 일부는 첫 금리 인상 이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를 시행하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줄이는 것으로 시중에서 유동성을 제거하는 긴축 효과를 낸다.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차대조표까지 줄어들 경우 긴축 강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력은 크지만, 치사율은 낮다는 추정도 미 국채 수익률을 밀어 올렸다.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우려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일면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미 국채 수익률 상승요인이다. 고용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주택가격 상승까지 귀속임대료(OER: owners' equivalent rent) 및 임대료(rent)에 본격적으로 전가될 것으로 점쳐졌다. 귀속임대료는 자신이 보유한 주택을 임차할 경우 얼마를 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되는 자가주거비 개념이다.

실제 전날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0년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12월 CPI(계절조정치)는 전월보다 0.5%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7.0% 올랐다. 12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7.0%)은 1982년 6월 이후 최고치이다. 6%를 넘는 물가 상승세도 3개월 연속 지속됐다. 지난 11월에는 CPI가 전월 대비 0.8% 오르고, 전년 대비 6.8% 올랐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전월 대비 0.4% 상승, 전년 대비 7.0% 상승으로 이번 물가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를 웃돌았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와 같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5.5% 올랐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0.5% 상승과 5.4% 상승을 모두 0.1%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12월 근원 CPI 전년 대비 상승률(5.5%)은 1991년 2월 이후 최고치다.

◇금리 하락 요인도 무시 못 해

하지만 미 국채 수익률 하락요인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선 오미크론 변이는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강력한 감염력을 바탕으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1일 평균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가 또 새 기록을 작성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미국의 7일간 1일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6만1천122명으로 파악됐다. 2주 전보다 2.85배 증가한 수준이다.

2~3주의 시차를 두고 확진자 증감 추이를 따라가는 후행 지표인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 보건복지부 데이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5만1천261명으로, 전날 세워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최고치 기록(14만5천982명)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 수를 봐도 2주 새 84% 증가한 14만641명으로 올라섰다.

미 국채 수급 여건도 금리 우호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올해 3월에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미 국채에 대한 수요는 탄탄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 국채 실질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연기금 및 보험사들의 채권 리밸런싱 수요는 물론 기업연금의 기금적립비율 급등도 채권 수급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연금의 기금적립비율(보유자산 시가/부채의 현재가치)이 주식시장 호조로 지난해 11월에 97.6%를 기록하는 등 10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연금이 현재의 적립 비율 확정을 위한 리밸런싱(주식 매도, 채권 매수) 수요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졌다.

수요는 탄탄하지만 미 국채 공급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에 2조6천940억달러 규모였던 미 국채 순공급 규모를 올해는 1조5천430억달러 규모로 줄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년도 미국채 순공급 규모는 1조3천10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해당 부문에는 단기재정증권(T-Bill)은 제외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널뛰기 장세를 염두에 두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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