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전망보다 더 무서운 매파로 돌변하면서다. 미국 국채 수익률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를 끌어올렸다. 연준이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15.38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4.580엔보다 0.800엔(0.70%)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149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2400달러보다 0.00910달러(0.81%)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8.64엔을 기록, 전장 128.80엔보다 0.16엔(0.12%)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96.468보다 0.68% 상승한 97.127을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가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지난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준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매파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다. 연준은 향후 FOMC가 열릴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은 3월에 자산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도 올릴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했다. 여기에다 9조 달러에 육박하는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시장을 바짝 긴장시켰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전날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꾸준히 벗어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올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겸손하고 민첩할"(humble and nimble) 필요가 있다며 "향후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파월 의장이3·5·6·7·9·11·12월 등 3월 이후 6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파월의 발언에 미국 국채 수익률도 급등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전날에 이미 종가대비 13bp 이상 오른 1.15%까지 호가를 높였고 이날도 3.6bp 추가로 오른 1.18% 수준에서 호가가 나왔다.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대표적인 캐리 통화인 일본 엔화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엔 환율은 캐리 수요 유입으로 단숨에 115엔대로 진입했다. 달러-엔 환율 상승은 엔화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유로화도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유로당 1.11420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유로-달러 환율 하락하는 유로화가 약해졌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위험선호도의 벤치마크 노릇을 하는 호주달러 등 원자재 통화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호주 달러화는 0.6% 하락했고 뉴질랜드 달러화도 15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내려섰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중국 공업기업의 이윤이 늘어나는 속도가 작년 12월에 전달보다 느려지는 등 실물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위안화 환율은 전날 달러당 6.3362위안에서 한대 6.3756위안까지 호가를 높였다.

미국의 경제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계절 조정 기준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연율 6.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5.5%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지난 22일로 끝난 한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3만명 감소한 26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26만5천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ANZ 분석가들은 "연준의 이번 정례회의를 앞두고 나온 연준 위원들의 발언 내용은 태세 전환이 그렇게 놀라울 수준이 아니다는 의미였지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위험선호 심리는 쪼그라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연준의 행동반경도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수석 외환 전략가인 제인 폴리는 "시장이 이미 금리 인상에 대한 가격을 책정했지만 많은 사람은 연준이 주식 시장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면서"(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언급은 시장이 경기 부양책 철회를 염두에 두도록 강조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월초에 과매수 된 달러 순매수 포지션의 정리 매물이 최근 연준의 신호에 반응하는 포지션 조정 차원에서 달러화를 청산했다"고 덧붙였다.

RBC 캐피털 마켓의 외환 전략 글로벌 헤드인 엘사 리그노스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약간 도망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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