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번주부터 진짜 임인년(壬寅年)이다. 음력설이 지난 1일이었기 때문이다.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일컬어진다. 10개의 갑자와 12지의 조합인 육십간지 가운데 임(壬)은 검은색,인(寅)이 호랑이를 의미해서다. 검은 호랑이는 영물 취급을 받으면서 예전부터 선조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임인년이 달갑지 않을 듯하다. 벽두부터 신수(身數)가 사나워질 조짐을 보여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행보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상 징후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독일 국채(Bund: 이하 분트) 시장에서도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분트는 독일어로 연방 혹은 연합을 의미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독일 국채를 일컫는 별칭이기도 하다.

분트 10년물 수익률이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타격을 받았다.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2019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이런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2일 한때 0.0424%까지 올랐다.









<분트 탠트럼을 보일 당시부터 최근까지의 분트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독일 분트 수익률의 심상찮은 상승세에 글로벌 시장참가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5년 4월말에 나타났던분트 탠트럼(발작)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서다. 분트 탠트럼은 지난 2015년 4월말 0.04% 수준이던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이 같은 해 6월 10일 한때 1.0611%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경우를 일컫는다.

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을 받지는 않더라도 분트 수익률 마이너스 시대의 종말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독일 국채 수익률의 마이너스 시대 종말은 운용전락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의미다. 분트는 그동안채권시장에서 한번 편입하면 '절대로' 팔아서는 안되는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분트 수익률이 심리적 저항선인 0% 문턱을 넘어서면서 편입 이후 보유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분트 수익률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게됐다.

유로존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기 때문이다.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와 다우존스에 따르면 1월 CPI 예비치는 전년 대비 5.1% 올랐다. 이는 전월 확정치인 5.0%보다 더 오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4.3%도 크게 웃돌았다. 이날 수치는 유럽연합(EU)이 시작된 1994년 이후 최고치이자, 유로존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유로존 최대의 경제규모인 독일의 1월 CPI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독일 1월 CPI 예비치는 전년 대비 4.9%, 전월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전년 대비 4.3%, 전월비 -0.2%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3일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정례회의를 개최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전보다는 매파적인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채 시장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좁아지고 있어서다.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는 지난 2일 기준으로 60bp 수준까지 좁혀졌다.

분트 수익률 등 글로벌 채권금리의 상승세와 함께 미국채 시장의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금리 상승 추세 속에도 기간 프리미엄이 지나칠 정도로 낮게 평가된 결과다.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 채권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가치를 뜻한다. 장기물이 단기물에 비해 금리변동 등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은 만기가 길수록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점치고 있다. 연준이 올해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실물 경제는 벌써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임인년 글로벌 금융시장 신수가 호랑이 등을 탄 형국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배수연 특파원)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