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국제유가로 쏠리고 있다. 7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도 뚫을 기세를 보여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조만간 국제유가의 지옥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급요인과 수요요인 모두 국제 유가 하락세보다는 상승세에 우호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브렌트유 선물의 일봉차트:인포맥스 제공>



◇국제유가 상승에 우호적인 공급 요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의 급등세를 촉발할 방아쇠가 될 것으로 진단됐다. 양국간 교전이 현실화하면 당장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갈등이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1분기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의 조셉 루프턴 이코노미스트와 브루스 카스만 이코노미스트는 연구 자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가) 이번 분기에 실질적으로 급등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원유 공급이 실질적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브렌트유의 지난해 4분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였다.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일 230만 배럴 줄어들거나 전세계 공급량이 약 2% 감소할 경우 유가 급등의 충격이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은 국제 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재료다. 이란은 세계 3위의 석유 매장과 1위의 천연가스 매장을 자랑하는 대형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지역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권을 쥐락펴락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어 이란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됐다.

유럽연합(EU)과 이란은 지난 8일 '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9차 협상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했다.

이란 핵합의 복구를 위한 미국과 이란의 간접 협상이 마지막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핵 협상은 다급한 시점에 다다랐으며, 수주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핵 합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한때 미국을 세계 최대의 산유국 반열에 올려놨던 셰일의 석유 공급은 올해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은 팬데믹(대유행) 직전인 2019년 기준으로 한때 하루 평균 1천780만배럴의 석유를 셰일 등에서 생산하며 세계 최고의 산유국 지위를 꿰차기도 했다.

이후 유가 급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셰일 업계가 무더기 도산 등 어려움을 겪었다. 유가가 회복세를 보인 지난해에도 이익의 대부분은 투자자와 채권자 몫으로 돌아갔다. 셰일 업계는 새로운 셰일 채굴도 제한되면서 유가 상승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기술 혁신으로 배럴당 40달러선 안팎 수준의 채산성을 확보한 일부 셰일 업체도 국제유가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기간에 유가 폭락의 악몽 탓에 배럴당 50달러선에 대부분 헤지를 해 뒀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주요 금융기관의 투자 기준이 된 영향도 셰일 업체의 손발을 묶은 것으로 풀이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ESG에 대해 방점을 둔 이후 금융기관들도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셰일업계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추출 때 사용되는 수압파쇄기법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요인 등으로 배럴당 40달러 선의 채산성을 확보한 셰일 업계도 원유 증산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진단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런 요인 등을 감안해 올해도 미국이 하루 평균 1천170만배럴 가량의 석유를 생산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요인도 유가 상승에 우호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도 더는 국제 유가 상승세를 제한하지 못할 전망이다. 코로나 19의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뒤 치사율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지난1월중 정점을 통과하면서 감염 상황이 빠른 속도로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변이의 위험성도 이전 델타변이보다 작을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확진자수 1만명당 사망자수는 델타가 우세종인 지난해 8월중 약 139명였던반면 오미크론이 우세종이었던 올해 1월에는 약 14명으로 그쳤다.

이에 따라 경제 전면 봉쇄 등의 조치는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진단됐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미국의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밀집한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일대 지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되고 있는 학교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폐지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있다.

경제가 본격 재개되고 일상이 완벽하게 회복되면 자동차 및 항공 연료 등을 중심으로 수요요인이 유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공급망 정상화 등도 원유 수요 요인을 자극할 것으로 진단됐다. 비철금속 제련 등 에너지를 엄청나게 사용하는 기업들도 속속 정상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 매파로 돌변한 연준도 변수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유가를 잡는 매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준이 올해에만 다섯차례에서 일곱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기준금리 인상을 바탕으로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3일 92.927 수준에서 지난달 28일 97.440을 기록한 뒤 최근 반락세를 보이고 있다.달러화 강세는 국제유가에 비우호적인 요인이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유가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배수연 특파원)

n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