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국내 이슈를 소화하면서 글로벌 대비 제한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촉발한 약세장에서 선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대내외 이슈가 몰려 수급 부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여전하다.

14일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일별 화면(화면번호 6533번)에 따르면 전 거래일 기준으로 10년물 금리가 1.8~3.0% 사이에 분포한 12개 국가들은 이달 초부터 10년물 금리가 평균 20.2bp 상승했다. 중국이 유일하게 마이너스(-) 0.03bp를 기록했고, 싱가포르(3.5bp), 한국(8.3bp)이 한 자릿수를 보였다. 이탈리아는 이달에만 40bp 이상 금리가 치솟은 모습이다.





글로벌 국채 금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 유가 등 인플레이션 뇌관을 건드리면서 급등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과 함께 우리나라 역시 오름세를 보이다가 최근 대내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진정됐다.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기준금리를 먼저 올린 만큼, 약세를 선반영한 측면도 고려된다. 이들 국가의 연초 대비 평균 금리상승폭은 47bp 내외다. 우리나라는 현재 36bp 이상 올랐다. 미국, 캐나다와 비교해보면 연간으로 오른 변동폭은 비슷한데, 최근에만 주춤했던 셈이다.

서울채권시장의 안정세에 금리를 매수세가 더 움직일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규모 국고채 만기로 유동성이 풀렸고 외국인의 선현물 흐름도 꾸준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음달 중순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총재 없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달 미국 FOMC의 스탠스가 우선 걸림돌로 지적된다. 당장 50bp 인상이라는 '빅스텝'이 현실화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빠른 정상화 가능성을 내비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자산 가격 변화가 빨라지면 우리나라가 이를 피해 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관계자는 "빅스텝은 3월이냐 아니냐를 넘어 반복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넘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강하게 나간다면 영국, 유럽 등 주요국들도 맞춰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의장이 호키시(매파적) 하다면 이를 시장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전반적으로 채권은 아래쪽보다는 위쪽으로 열려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국내 불확실성도 다시 커질 기미다. 새 정부의 인사와 함께 공약인 손실보상도 주시해야 할 변수로 떠오른다. 금리가 전고점에 다다르면 누적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10년물 전고점은 10bp도 남지 않았고 재정 확대나 금리 인상은 시기상의 문제일 수 있다"며 "입찰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흔들리는 점을 보면 국내 기관 중 자신 있게 롱으로 가는 곳은 별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초장기 금리 역전 현상이 오래돼 박스권이 위로 뚫리면 손절성 매매가 늘어나는 것이 취약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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