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곡(哭)소리'가 그칠 새가 없다. 곡(哭)은 표준국어사전에 '크게 소리 내며 욺. 또는 그런 울음'을 뜻하는 명사형으로 풀이돼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크게 소리 내며 울게 만든 장본인이다. 역대급 유동성으로 한없이 퍼줄 것만 같았던 연준이 매몰차게 돌변하면서다.

기축통화인 달러 기반의 세계 경제에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도 하는 연준이 매파로 돌변한 탓에 미국 뉴욕증시 등 글로발 자산시장은 연초부터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7.8% 밀렸고, 나스닥지수는 12.2%나 급락했다. 다우지수도 같은 기간 4.2% 하락했다. 모두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됐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채권시장의 사정은 더 참담하다. 미 국채 시장 상황을 지수화한 블룸버그 미국채 장기물 지수는 올해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1973년 이후 최대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곡소리는 유독 컸다.

다만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0%에 바짝 다가서면서 월가에서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를 고려해도 미국채 10년물의 저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연준이 매파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야기할 정도로 강경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리아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랜스 로버츠는 지금이 약세를 보여온 채권시장의 운이 역전될 것인지 언제 역전될 것인지 논의하기에 적기라면서 저가 매수를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부채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1년에 평균 6천400달러의 빚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값싼 부채가 필요한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제 활동에 거의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도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현재 52주 이동 평균보다 표준편차 4분위 위에 있으며 1980년부터 장기 하락 추세 채널의 상단 근처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일시적으로는 더 높아질 수도 있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을 재확인하는 등 무엇인가가 무너지는 임계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채권을 매수하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럽겠지만, 매수하지 않는 것보다는 중요한 매수 기회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미국채 매수를 권고하는 등 채권 약세론자 사이에도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추가로 상승하면 편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국채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하지만 아직은 미 국채 저가 매수가 섣부른 행동일 수 있다는 경계론도 여전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의 미국채 수익률이 반영됐지만, 대차대조표 축소 등 양적긴축(QT)에 따른 파장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채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두 달에 걸쳐 최소 50bp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3.0% 언저리는 시장의 이런 전망을 반영한 수준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준이 다음달 FOMC를 통해 양적긴축에 대한 시간표를 시장이 기대한 수준으로 제시할 경우 미국채 수익률은 다시 한번 아래쪽으로 방향성을 틀 수도 있어 보인다. 벌써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채 장기물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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