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역대급 약세 속에 시장참가자들의 실수요 눈치 보기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제2 추가경정예산안(추경)까지 기다리면서 외국인, 장기투자기관들의 꾸준한 자금 유입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올해 4월까지 채권 실수요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의 평균적인 채권 매수세는 다소 감소했다. 매수세의 꾸준함을 가늠하는 표준편차는 유독 보험사에서만 대폭 커지는 특징이 드러났다.

2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전체 장외채권 거래 동향(화면번호 4266)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월까지 외국인과 기금, 보험사의 채권 매수액은 한주(월~금)당 평균 7조7천7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한주당 평균 8조7천711억원의 채권을 매수했다. 이들의 채권 매수 흐름이 1조원 정도 약해진 셈이다.

올해 주별 평균 채권 매수액은 외국인이 3조643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3조490억원), 기금(1조6천601억원)이 뒤를 잇는다. 외국인은 전년보다 3천억원, 기금은 8천억원 정도 주별 평균 매수액이 떨어졌고 보험은 1천억원 정도 늘었다. 보험사가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부분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평균 대비 자금 집행이 주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다. 최근 서울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커지고, 역대급 금리상승세에 자본손실이 누적되면서 실수요의 채권 매수도 불안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입찰 전후에 실수요들의 움직임이 약하면 대규모 손절성 매도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외국인의 작년과 올해 주별 채권 매수액의 표준편차는 29.9%가 감소했다. 기금은 45%가 줄었다. 채권으로 흐르는 자금의 양이 줄었지만, 유입의 변동성은 축소됐다는 뜻이다. 만기 상환금을 받더라도 변화가 적은 매수세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채권을 사들이는 보험의 매수 흐름이 들쑥날쑥하다. 작년보다 표준편차가 45.5% 커졌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서 가장 대규모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주체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자금을 집행할지 알기 어려워진 것이다.

다른 실수요에 비해 보험의 표준편차가 유독 커진 것은 역시나 시장의 변동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표준편차로 매수의 일관성 정도를 보게 될 텐데 다들 금리의 상단을 보고 들어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장기투자기관들도 매수할 만한 타이밍이라고 봤다가 다시 금리가 오르니 꾸준히 사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보험사들이 초장기물 국채 입찰이 끝나고 이후에 국채를 이전보다 잘 찾지 않는 것 같다"며 "크레디트물에 대한 자금도 꾸준하지는 않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제 채권시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2 추경을 대기 중이다. 중단기물 위주의 약세가 진행되면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국내 채권과 외환의 동반 약세가 진행됐기에 글로벌 이벤트와 채권 추가 공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약해지면서 표준편차가 커지는 상황이라면 시장이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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