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박경은 기자 =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역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를 포함한 FI들이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뭉칫돈을 쏟아붇고 있지만, 최근 시장 급랭에 따라 IPO 철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시장 급랭에도 IPO 전제 'FI 투자' 지속

예비 상장사들은 FI의 투자 가격보다 낮은 공모가로는 IPO를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프리IPO 계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FI 계약에는 IPO 기한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상장 준비 기업들에게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24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국내 예비 상장 기업들의 프리IPO 투자 건수는 총 17건, 금액은 6천311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현재 프리IPO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티맵모빌리티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1조원에 근접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15건을 통해 1조557억원의 투자가 진행되며 유동성 확대 국면에 IPO 호황기를 맞았던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치다.

코로나 엔데믹 국면을 맞으며 올해 들어 IPO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프리IPO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 IPO가 철회되는 과정에서도 FI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SKS PE-키움캐피탈은 지난 2019년 11월 1주당 2만5천185원의 가격으로 원스토어에 1천억원을 투자했다.

3년 이상 IPO를 기다리면서 최소한의 내부수익률(IRR)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원스토어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공모가격인 2만7천원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예측 부진에 원스토어 측과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근소한 입장 차이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SK쉴더스의 경우에는 2대 주주이자 FI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맥쿼리자산운용)가 IPO 이후 4천9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지만 공모가 조정 실패로 무산됐다.



◇ 몸값 높인 예비 상장사들 '좌불안석'

올해 IPO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FI로부터 조단위 몸값을 목표로 프리IPO를 유치한 예비 상장기업의 상장 완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주간 계약상 조건에 따라 높은 이자율을 주고 FI의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거나, 대주주의 보유 지분 매각을 방어하기 위해 긴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이후 IPO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기를 맞게 되면서 지난해 카카오뱅크 , 하이브 등은 프리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증시 입성에도 성공해 FI에 막대한 투자 수익을 안겨줬다.

당시 IPO 추진 중인 기업이 몰려있는 플랫폼·이커머스 섹터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비교그룹의 주가가 크게 올랐으며, 매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업황 역시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펀딩이 진행될 때마다 기업가치가 몇 배씩 뛰어올랐다.

현재 상장 예비 심사를 받고 있는 마켓컬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천500억원의 프리IPO 단계 투자 유치를 통해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컬리가 앞서 같은해 7월 시리즈F 라운드를 통해 2천25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2조5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투자자를 확보하면서 약 5개월여만에 1조5천억원 이상의 몸값을 올린 셈이다.

상반기 상장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던 CJ올리브영 역시 지난 2020년 말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오너 일가의 구주 및 신주를 넘기면서 1천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상반기 내 1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진행 중인 비바리퍼블리카는 20조원의 기업가치를 책정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펀딩이 있었던 지난해 비바라퍼블리카의 기업가치가 약 7조7천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1년여만에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렇듯 성장성이 높으면서 IPO를 앞둔 기업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다보니 예비 상장사들이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IPO까지 목표한 기업가치 만들기 위해 프리IPO 투자 유치를 한번씩은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자금의 용도와 사용 시기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없이 상장 전 몸값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펀딩'을 진행하는 느낌"이라며 "공모 일정이 구체화돼 곧 신규 자금이 유입될 계획이 있는 발행사라면 프리IPO 펀딩에 있어 자금 모집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시장에 설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를 만들기 위해 진행한 펀딩의 가격에 발이 묶여 최종 목표인 공모 자금 유입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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