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모든 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탓이다."

글로벌 자산 시장 참가자들이 큰 폭의 가격 조정에 몸서리치며 연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나치게 매파적인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자산 가격도 너무 갑작스럽게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게 책임론의 핵심이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금리(FF)를 공격적으로 올린 데다 9조달러에 이르는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단행했다.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로 명성을 크게 얻은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시 우드의 대표 펀드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에 큰 타격을 받으며 반 토막이 났다.

미국 국채 시장 참가자들도 연준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당초 전망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에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강경한 연준의 긴축적 대응으로 불과 한달 사이에 40bp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엔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보다는 일본은행(BOJ)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바쁘다. BOJ가 달러-엔 환율의 급등세를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 즐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서다. BOJ는 매파적인 연준과 달리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BOJ는 지난주에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은 되레 강화됐다. BOJ가10년물에 이어 7년물 국채도 지정가 국채 매입 오퍼레이션 대상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7년물이 추가된 탓에 현 선물 가격 괴리에도 재정거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아우성친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전격 회동했지만, 엔화 약세를 돌려세우지 못했다. 구로다 총재는 당시 면담에서 엔화의 급격한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강화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스즈키 이치 재무상도 개입성 발언에 나섰지만, 파장이 제한됐다.

일본 통화당국이 '입으로만' 총공세에 나선 탓에달러-엔 환율은 우상향 사선을 그리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BOJ 등이 1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실개입에 나서지는 않고 있어서다.

월가는 일본 엔화의 약세가 상당히 기조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30년 이상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일본이 20세기말에 마지막으로 관측됐던 일본 엔화 약세를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한때 136.712엔을 기록하면서 지난 199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 상승은 엔화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엔화의 약세는 디플레이션을 세계로 수출하고 인플레이션을 국내로 수입하는 효과를 지닌다. 30년 이상 디플레이션의 망령에 시달린 일본 입장에서는 경제에 대한 위협보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정치권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월에만 2.1%가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폭증하고 있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권이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연준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이 엔화 약세를 앞세워 디플레이션을 수출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어서다.

월가가 엔화 약세에 대한 BOJ의 통화정책적 차원 대응 가능성을 상당히 작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배수연 특파원)









<1997년부터 지난 22일까지 달러-엔 환율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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