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20년 만에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바탕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천연가스 수급 차질 등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침체 전망이 짙어졌다.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러시아가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35.869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35.790엔보다 0.079엔(0.06%)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01879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02662달러보다 0.00783달러(0.76%) 내렸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8.40엔을 기록, 전장 139.38엔보다 0.98엔(0.70%)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6.498보다 0.51% 상승한 107.037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 장중 동향을 보여주는 틱차트:인포맥스 제공>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다시 곤두박질쳤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요국 경기가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면서다.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폐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러시아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을 이달 중순부터 10여 일 간 잠정 폐쇄할 예정이다.

노르트 스트림 AG 최대 주주인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가스관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 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60% 축소해 독일 내 에너지 위기 우려를 키웠다.

골드만삭스는 천연가스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가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을 완전 정상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도 국제유가가 전날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빠른 속도로 반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선물의 전월 대비 스프레드가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은 천연가스 동향이 향후 유로화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 유로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1대1로 교환되는 수준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게 씨티그룹의 진단이다.

씨티의 전략가들은 유로화가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에 단기물 수익률 차이에 밀접하게 연동됐지만, 이제는 상관관계가 무너졌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유럽이 예정된 유지 보수 기간이 7월 21일 종료된 후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러시아 가스 공급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양의 LNG를 수입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아시아 지역에서 1년 전보다 3배나 뛰어올랐고, 유럽에서는 작년 초 이래 700% 가량 급등했다.

이날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6월 의사록은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가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다가오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의 계속된 인상이 위원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다음 회의에서 50bp 혹은 75bp의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위원들은 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해 정책 기조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이동시키는 데에도 동의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차별화 행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엔화의 약세는 주춤해졌다. 안전통화로서 일본 엔화가 새삼 주목받으면서다. 이에 앞서 일본 엔화 가치는 1998년 이후 최저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일본 은행(BOJ)(BOJ)이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화도 달러화에 대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영국의 정치적 불안이 다시 증폭되고 있어서다. '파티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할 뻔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인사 문제와 거짓말 논란으로 한 달 만에 다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핵심 측근 장관 두 명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보리스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진단됐다. 영국 매체들은 하원 보수당에서 규정을 바꿔서 총리 신임투표를 바로 다시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전날 종가대비 0.26% 하락한 1.19254달러를 기록했다.

HSBC 다라 마허는 "유로화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유로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화가 내년 중반까지 패러티 이하인 유로당 0.98달러로 내려갈 것이라면서 약세를 예상했다.

노무라의 조단 로체스터도 올해 말에 유로화가 0.95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점쳤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케스는 올해 여름에는 유로화가 유효한 구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탠더드뱅크의 스티브 배로우는 "시장이 이번에는 더 회의적일 수 있다"면서 유로 달러 환율이 1대1로 교환되는 패러티 아래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렌버그 모리츠 페이센은 "유로화를 짓누르는 것은 가스가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협만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높은 에너지 비용은 부담 요인이다"라면서 " 유럽의 에너지 비용은 미국보다 몇 배나 높다"고 덧붙였다.

ING 분석가들은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성장 전망의 악화가 긴축 사이클, 특히 연준의 긴축 사이클을 단축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에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를 앞두고 현재 수준에서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유니크레디트 분석가들은 "연준이 궁극적으로 다른 많은 중앙은행보다 정책 정상화를 계속할 기회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고 진단했다.

MUFG 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 등 전통적인 안전 피난처 통화는 단기적으로 계속해서 높은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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