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 움직임…"자본시장 영향 있을 것" 분석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오는 8월부터 130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도 노동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노동이사제는 해당 기관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석하는 제도다. 일선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경영진에 더 잘 전달되도록 도입되는 제도지만 동시에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활동)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다음 달 4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본격 시행된다.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공공기관이 적용 대상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 36곳과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4곳을 포함해 130개 기관이 해당되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 등 다른 연기금도 포함된다.

이 제도에 따라 해당 기관은 노동이사 1명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근로자 과반이 가입한 노조가 있으면 노조 대표(위원장)가 최대 2명의 후보를 임추위에 추천한다. 과반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전체 투표로 과반 동의를 얻은 후보자 중 최대 2명까지 추천된다.

해당 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 중인 근로자면 노동이사 자격이 된다. 임기는 2년이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대신 노동이사로 선임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사용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는 노조원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앞두고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의 전 이사장이기도 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주 의원은 공운법 개정에 맞춰 최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선 임원 임명에 관한 제30조제1항이 "이사 9명, 감사 1명"에서 "이사 10명, 감사 1명"으로 변경되고 노동이사 선임에 관한 요건도 신설됐다. 해당 법안이 개정되면 국민연금은 후속 조치로 이사회운영규정 등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더라도 국민연금이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민연금 이사회는 4명의 상임이사(기획·연금·기금·복지) 외에 9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되는데 그중에는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노동계 인사들이 이미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등 경영계에서도 2명이 비상임이사로 있어 노사 간 균형이 맞춰진 상태다.

오히려 국민연금 내적인 변화보다는 자본시장으로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활동 차원에서 노동이사제를 투자 요건으로 삼으면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법무법인 김앤장은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분석 자료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해 연기금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회사의 경우 향후 영업거래 및 소수주주 주주권 행사 등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령 국민연금이 ESG 활동을 강화하면서 노동이사제를 입찰 기준으로 내세우면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인 기업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오면 마찬가지로 기업이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앞서 2017년 국민연금은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처지고 전 정권에서 기업들의 노동이사 안건에 찬성한 것도 그런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정부는 노동자 이익만 우선시하는 성향이 아닌 만큼 국민연금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또한 노동이사와 기금운용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노동이사는 공단 내 이사회에는 참석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기금운용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전주 본사 전경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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