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이규선 기자 =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국내 수급 여건에 의해 환율 하락세가 제한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달러화 가치 급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최근 달러화 하락에도 결제수요 등으로 달러-원이 반락하지 못하며 1,300원대 환율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종합(2110)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대기하던 결제 물량이 상당량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일 달러-원 환율은 밤사이 달러 가치 반락을 반영해 장 초반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이며 1,302원대로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1,310원대 아래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상당량의 결제물량을 처리하면서 장중 꾸준히 낙폭을 되돌려 보합권으로 마감했다.



20일 달러-원 틱 차트
달러-원 거래종합(2110)






환시 참가자들은 전일 결제물량이 상당량 출회하면서 달러-원 환율을 밀어 올렸다고 전했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가 반락하면서 달러-원 숏 포지션이 깊었는데도 매수세가 강했다"면서 "달러-원이 소폭 내릴 때마다 결제 물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달러-원 하락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업체들이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가운데, 전일 환율이 1,31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연기금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까지 달러 매수에 나서며 전방위로 달러-원 환율을 받쳐 올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특정 업체의 결제물량이 눈에 띈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주 합작법인 출범 소식을 전한 SK온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지난 14일 SK온이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를 출범하고 포드와 각각 5조 1천억 원을 출자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전한 가운데, 해외 투자를 위한 환전 물량이 대거 출회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다만, 공장 설립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만큼 배터리 제작을 위한 리튬 등 원자재 수입 대금일 수 있다는 진단도 전해졌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특정 업체가 결제를 대거 접수하면서 달러-원을 밀어 올렸다"라며 "달러-원이 소폭 반락할 때마다 결제 물량이 출회하며 하단을 지지했고, 달러-원이 내리지 못하면서 숏 커버 물량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결제 물량이 대거 출회하고 있지만 네고 물량은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들이 상반기 대형 수주를 연달아 성공했음에도 수주 물량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달러-원 급등에 따라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신용위험 한도가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지난 6월 28일 오전 7시 54분 '환율 급등에 조선사 선물환 한도 문제 부상…환헤지 원활할까' 제하의 기사 참조).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신용위험 한도 문제로 조선업체들의 수주 물량이 적극적으로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주 물량이 막혀있다 보니 달러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할 만한 마땅한 이슈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단기간 내 달러-원 반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달러화가 내릴 때 달러-원이 함께 못 내려가고, 달러 상승 국면에서 달러-원도 전고점으로 밀려 올라가는 식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D 은행의 외환 딜러는 "고환율임에도 네고 물량보단 결제 물량이 우세한 흐름이 이어진다"면서 "달러-원의 추가 상승을 염려하며 달러-원이 반락할 때마다 결제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결제 물량이 달러-원의 하단을 지지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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