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 비율이 나빠지고 있다. 금리상승 여파로 채권운용에서 자본손실이 발생하는 와중에 건전성이 악화한 자산이 늘어난 탓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BIS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5.39%로 지난해 말보다 45bp 하락했다.

우리금융이 14.2%로 같은 기간 90bp 악화되면서 낙폭이 컸다. 하나금융, 신한금융, KB금융 등은 각각 15.86%, 15.87%, 15.64% 등으로 45bp, 33bp, 13bp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위험가중자산(RWA)이 큰 폭으로 급증한 영향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RWA 규모는 1천4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5% 증가했다. 우리금융이 같은 기간 가장 큰 폭인 9.8% 늘었다. 다음으로 하나, 신한, KB금융 순으로 각각 8.3%, 7.1%, 5.8% 증가했다.

환율상승에 따라 외화대출과 통화파생상품 잔액이 증가하면서 RWA 규모가 큰 폭으로 급증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1,31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에만 10.23% 오른 수준이다.

기업대출과 해외자산이 성장한 영향도 있다. 금융지주들은 금리상승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기업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키우고 있다. 카드, 금융투자, 캐피탈 계열사에서 우량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영향도 반영됐다.

RWA 급증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75bp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 긴축을 이어가고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면 달러 강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환율 1,320원까지 상단을 열어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오는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이연된 부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크다. 자영업자 대출은 과반이 다중채무자이며 단기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기 이자 부담 증가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RWA가 급증하는 만큼 자기자본이 충분히 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자기자본 규모가 161조5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7% 늘었다.

무엇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운용에서 자본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기타포괄손실 규모가 9조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6조원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금융지주별로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이 각각 3조1천억원, 2조2천억원, 6천억원, 3천억원정도 손실이 확대됐다.

분기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 등 금융지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도 자본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 조달 상황도 어렵다. 통상 금융지주들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곤 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금리인상 영향으로 회사채 선순위채권 발행금리와 별 차이가 없는 탓에 고금리 채권이라는 매력을 잃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발행한 지 오래된 은행 선순위채권 세후 수익률과도 차이가 없어졌다.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최대한 빨리 발행하길 원하지만, 금융시장의 여건 등으로 시장 눈치를 보며 발행 시점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 채권발행 담당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내년에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실 흡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미리 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신종자본증권 대안상품이 많아져서 시장 수요를 미리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hrs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