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뉴욕 월가 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의외로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이 안도 랠리를 펼치며 급등하고 있지만 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시장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러카(BofA) 등에 따르면 특히 액티브펀드(active fund) 매니저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액티브펀드 가운데 28%만 주요 기술주가 러셀1000지수 등의 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매니저들은 시장 수익률을 웃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액티브펀드는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상회한 운용 성과를 목표로 하는 펀드로,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인덱스) 펀드보다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추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6월16일 10,565.14로 저점을 확인한 뒤 반등세를 보여 지난 10일 한때 12,820.22를 찍는 등 21%나 약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지난 6월17일 3636.87로 저점을 확인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장중 한때 4201.05를 기록하며 15.5%의 상승세를 보였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일봉차트:인포맥스 제공>



펀드의 상당한 유동성이 현금성 자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시장 수익률을 웃돌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즈는 이와 관련 7월의 주요 기술주의 급등세와 주요 지수 반등세가 공매도를 숏커버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일종의 숏스퀴즈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수 월가 펀드 매니저들과 액티브펀드가 울상이지만 회심의 미소를 짓는 곳도 있다. 매크로 헤지펀드(macro hedge fund)와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펀드의 특성상 변동성이 증가할 때 되레 수익률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매크로 헤지펀드는 환율이나 금리 등 거시(macro) 변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책 변화를 예상해 채권 외환 상품시장 등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를 일컫는다. 이들은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국가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펀드 규모와 레버리지 비율(부채비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펀드가 가장 대표적인 매크로 펀드다. 지난 1992년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과환율 전쟁을 벌여 영국을 외환위기로 몰아넣었던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매크로 펀드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은 되레 증폭되고 지수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표적인 변동성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80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크로 펀드들은 공격적인 공매도에 나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당시에S&P500지수는 2008년 한 해 동안 37%나 빠졌지만 매크로 펀드들은 4.8%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대유행)이후 지난해까지는 매크로 펀드들도 고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상쇄할 정도로 완화적인 부양정책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월가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연준 고위관계자들이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던 오진을 철회하며 표정을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매크로펀드들은 미국 국채 시장을 중심으로 뉴욕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돌아왔다는 점을 꿰뚫어 보고 베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0.7% 수준에서 3.2% 수준까지 급등하고 미국채 10년물과 역전폭이 50bp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은 매크로펀드에 '꽃놀이패'였다.

월가의 구루(guru:힌두교, 불교, 시크교 등의종교에서 스승을 일컫는 용어) 가운데 한명으로 통하는 레이 달리오의 매크로 헤지펀드도 성적이 좋았다. 지난 7월말 현재 레이 달리오의 매크로 헤지펀드 누적 수익률은 2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일 달리오는 올해 초반부터 연준 등 정책 당국과 시장이 결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반응할 것이라는 베팅을 강화한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월가는 이제 개별 회사의 펀드멘털 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매크로 펀드가 움직인다고 푸념하고 있다. 매크로펀드가 동원하는 자금의 규모가 펀드멘털을 중시하는 전통적 투자자들을 압도한다는 이유에서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극심하게 대치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매크로 펀드에 우호적인 환경인 것으로 진단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뉴욕에 본사를 둔 매크로펀드 가운데 벌써 170%의 연간 누적 수익률을 올린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에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짜낼 정도 잔혹한 운용 스타일을 추구하는 매크로 펀드의 기세가 한층 더 오를 전망이다. 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라는 보호막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매크로 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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