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다. 안전 선호 심리가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급격하게 재소환되면서다. 유럽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유로화는 20년 만에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안전통화인 일본 엔화는 안전 수요와 기업들의 월말 수요 등이 유입되면서 추가 급락이 제한됐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37.516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37.460엔보다 0.056엔(0.04%)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0.9922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0.99437달러보다 0.00217달러(0.22%)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6.46엔을 기록, 전장 136.65엔보다 0.19엔(0.14%)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8.945보다 0.11% 상승한 109.066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한때 0.98990달러를 기록하는 등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면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주요에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로화를 끌어내렸다.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유지 보수를 위해 해당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3일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의 가스 공급 부족 우려를 심화하고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을 강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역대급 폭염과 가뭄에 따른 내륙 물류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유로화를 추가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각국이 가뭄으로 농업부터 전력·제조업·관광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운하를 중심으로 물류를 수송하는 유로존의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됐다. '독일의 젖줄'로 불리는 라인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이 말라가면서다. 유럽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가진 독일을 포함한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 등 각국의 가뭄 피해가 50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유로존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경제지표로도 확인됐다. 유로존의 서비스업 업황이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IHS 마킷은 유로존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업황의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50선은 넘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50.5와 전월치 51.2를 모두 하회했다. 같은 달 제조업 PMI는 49.7로, 예상치 49.0을 상회했지만 전월치인 49.8보다 악화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를 합한 합성 PMI는 49.2로,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49.0을 넘겼지만 전월치 49.9보다 낮아졌다.

안전 통화이면서 캐리 수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엔화는 추가 급락세가 제한됐다. 달러 엔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에다 안전 수요가 일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일 저점 대비 5% 넘게 상승했다. 월말로 접어들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수요 엔화 매수가 유입된 점도 달러-엔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날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한 데 따른 파장도 제한됐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전날 종가수준인 6.8652위안 언저리에서 호가가 나왔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하반기 들어 다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쳐지면서 달러-위안 환율 추가 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109.292를 기록하는 등 지난달 14일 기록했던 20년 만의 최고치 109.298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 등이 유입되면서다. 투자자들이 안전 피난처로 달러화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진단이다. 연준 고위 관료들이 연일 매파적인 발언을 강화하는 가운데 제롬 파월이 잭슨홀 연설을 통해 매파 행보의 화룡점점에 해당할 정도로 강경하게 발언할 수 있어서다.

영국 파운드화도 한때 1.17160달러에 거래되는 등 2년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NAB의 외환 전략가인 래이 아트릴은 "현재 분위기를 고려할 때 (러시아의 가스공급중단이) 3일이 될지 3년이 될지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말로 3일 동안 유지 관리할 예정인가 아니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무기화하는 또 다른 시도에 불과할까"라고 반문했다.

ANZ의 분석가들은 "채권이 단기물 주도로 매도세를 보였다"면서 "주말에 파월 의장이 매파적 메시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 움직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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