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대에 올라섰다.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중첩된 가운데,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환율이 1,350원대에서 마감하자 서울외환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1,350.40원에 마감했다. 정부와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성 발언을 이어가고 달러 매도 실개입까지 나선 것으로 추정됐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추세를 누를 수는 없었다.

외환 당국은 달러-원이 1,350원대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부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잇달아 구두 개입성 발언을 쏟아냈다. 전일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대비해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국은 구두 개입에 이어 매도 실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 막판 1,350원 선을 다시 내줬다.

서울환시에서는 달러-원의 하락 재료가 없어 상승 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당국의 경고에도 '빅 피겨'로 인식된 1,350원 선이 뚫리면 1,300원대 후반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최근 달러-원은 달러와 위안화 동향을 그대로 좇아 움직이고 있다"면서 "1,340원대에서는 네고 물량이 적극적으로 출회하고 당국 경계감이 큰데도 상승 압력이 우위"라고 말했다.

역내 수급 상황으로는 달러-원 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외 여건도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6월 물가 상승세가 고점이었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이제는 물가 상승세의 추세적 둔화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에 얼마나 가까운지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물가 상승세의 고점이 확인되면 달러가 반락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 행보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 달 동안의 물가 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 상승세가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면서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달러가 반락하더라도 위안화 약세는 달러-원 상승을 촉발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달러-위안 환율은 6.9위안대로 올라서며 2년여 만에 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른 은행의 외환 딜러는 "최근 달러-원 상승세는 중국 경제 지표의 부진에서 촉발됐다"면서 "달러 가치가 잠잠한 흐름을 보이더라도 달러-위안이 상승하면 달러-원도 밀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중국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기대치를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달러-원 1,350원 선도 뚫릴 수 있다"면서 "달러-원이 오를 재료는 많은데, 내릴 재료는 찾기가 어렵다. 기대할만한 것은 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되돌림뿐"이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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