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및 코스피 시세판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 위로 고점을 높이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관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30일 당국의 최근 구두개입 발언 강도와 빈도에 비해 실제 개입 강도는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딜러들은 달러 초강세 국면에서 당국의 개입에 한계도 분명하지만, 시장의 일방적인 매수 심리를 제어하는 역할은 충분히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잇달았던 구두개입에도 1,350원 상향…딜러들 '의외'

달러-원은 전일 장중 1,350.8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강한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자, 달러-원도 곧바로 1,350원을 내줬다. 전일 하루 달러-원 상승 폭도 19원에 달하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발발 당시 이후 가장 컸다.

딜러들은 특히 달러-원이 종가 기준으로도 1,350원 위에서 마감한 점은 의외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전방위 구두개입을 단행했던 탓이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부터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달러-원 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전일 아침에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달러 매수 쏠림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그런 만큼 1,350원 선을 지키거나, 종가는 해당 레벨 아래로 유지할 것으로 대다수 딜러가 내다봤다.

당국 개입에 대한 부담으로 전일 환시의 거래량도 69억 달러에 머물렀다. 달러-원의 상승폭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 플레이를 자제한 채 당국 움직임을 주시했다는 의미다.

당국은 하지만 달러-원 1,350원선 부근에서 매수 공백으로 매우며 방어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레벨을 막아서지는 않았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적어도 종가 1,350원은 지킬 것으로 봤지만, 레벨을 내줬다"면서 "의외의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딜러들 "심리 관리 중요한 시점…'쇼잉'도 필요"

외환딜러들은 1,350원이 예상외로 손쉽게 상향 돌파된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 수장의 빈번한 구두개입에도 실개입이 이를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달러 매수로의 심리 쏠림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시 여건은 당국 외에 달러-원의 상승 속도를 제어해줄 수 있는 변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시장의 심리를 관리하는 당국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하다.

다른 은행의 베테랑 딜러는 "당국이 1,350원을 확실히 막든, 일시적으로 달러-원을 끌어 내리든 해야 했던 상황으로 본다"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지속해서 말하면서도 행동이 없다면 당국이 '실제로는 의지가 없나보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쏠림을 우려하고 있지만, 시장은 쏠림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 "당국에 대한 부담이 있어야 달러를 파는 입장에서도 고점 매도 인식을 가질 것인데 '결국 오를 것인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저점 매수만 강화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이 되면 당국이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은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여주기식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의 딜러도 "당국이 막을 것이면 티가 나게 막아줬어야 하는 시점이었다고 본다"면서 "당국도 못 막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 달러-원이 내릴 때마다 사려는 심리가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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