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금리 8월 상승폭 67.6bp

2005년 1월 이후 상승폭 가장 크고 역대 5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환율 올라갈 때 설마 했는데 채권도 외국인의 타깃이 된 것 같다"

8월 마지막 거래일을 보내면서 서울채권시장에서 나온 말이다. 대내외 재료가 없어 쉬어갈 줄 알았던 하루가 최악의 신기록을 경신하는 날이 됐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투매 속에서 당국의 개입도 없어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연합인포맥스 장내 국채 현재가(화면번호 4302)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지표물 22-4호는 장내에서 3.689%에 마감했다. 이후 국채선물이 가격을 회복했지만, 3년물 최종호가는 3.685%에서 마무리됐다. 정오를 지나면서 채권시장의 약세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일부가 되돌려졌다.

시장금리 전고점의 위협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서울채권시장은 어느 때보다 상황이 나쁜 한 달을 보냈다. 지난 7월 마지막 거래일의 3년물 최종호가가 3.009%이니, 월간으로 65bp 이상 금리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월간으로 3년물(최종호가 기준) 금리가 65bp 이상 오른 것은 지난 2005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10월과 올해 3월, 6월의 패닉도 이번과 비교하면 약한 셈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번 8월에 기록한 3년물 금리 상승폭 67.6bp는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거래가 어느 정도 활성화하던 2000년 이후 역대 5위 기록이다. 이달보다 월간 금리상승폭이 컸을 때는 사실상 시장 형성기의 측면이 있고, 지금보다 절대금리도 높아 변동성 측면에서는 역대 최악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예상치 못한 국내외 중앙은행 총재들의 매파적 스탠스라는 특수성에 수급 붕괴가 더해졌다. 외국인은 이달에 3년 만기 국채선물(KTB)을 5만3천113계약 순매도했다. 지난 11일 이후 매도세가 강화해 그때부터 보면 6만9천138계약 순매도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보면 외환에 이어 채권으로 위기의식이 대폭 옮겨갔다. 주요 자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숏(매도)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베팅의 희생양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의 채권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원화 자산이 목표물인 것은 맞는데, 그 시기에 외국인이 현물이 아니라 국채선물을 매도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결국 마지막 거래일까지 선물 매도를 풀지 않은 것을 보면 원화 국채에서 숏 베팅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노골적인 스탠스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차트로 보면 월말에 이 정도로 심리가 무너진 적이 있었나 기억이 없을 정도"라며 "단타 국채선물이 시장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이 심해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달러-원 환율은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더 높은 수준을 예상하는데도 당국의 개입이 거셌다. 구두개입과 실개입이 주기적으로 출현한 사례가 다수였다. 채권은 거기에서도 소외된 것이 시장참가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글로벌 대비 금리 흐름을 보면 한은의 단순매입이 나오기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변동성 완화와 함께 심리적 지지선 정도는 형성해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인데, 너무 내버려 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만 보면 시장안정화 조치라는 제도 자체가 무색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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