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 막판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에 하락 전환했다.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매도 물량이 빅피겨인 1,400원대 진입을 꾸준하게 방어하면서 레벨 상단을 제한한 이후 밀어내기식 실개입도 더해졌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5.70원 내린 1,38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5.30원 상승한 1,399.00원으로 개장했다.

전일 위안화가 역외 거래에서 달러 대비 7위안대로 거래되는 등 약세를 보였고, 고강도 긴축 우려 속에서 뉴욕증시 부진이 리스크 오프 재료로 작용했다.

다만 달러-원은 개장가를 고점으로 1,400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당국의 실개입 물량 등으로 추가 상승 시도가 좌절됐다. 이틀째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으로 추정되는 당국의 달러 매도세가 레벨을 끌어내렸다.

이후에 달러-원은 1,397원 부근을 경계로 레벨을 낮췄고, 좁은 레인지에 갇혔다. 결제 수요로 추정되는 실수요도 꾸준해 반대 방향으로 레벨 하락도 마땅치 않았다.

다만 오후 3시를 기점으로 당국은 고강도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당국의 밀어내기식 매도 개입으로 1,390원대로 하회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아시아 장에서 달러는 장 막판에 강세를 보였다. 달러 인덱스는 109선 중반에서 후반으로 올랐다. 다만 달러-원은 당국 개입에 급락세를 지키며 마감했다.

당국의 환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줬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다음 주 초에 국내 주요 수출입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중공업체 등의 수출 기업에 달러 매도를 제약하는 요인을 해소하고, 대형 달러 결제 주체들의 부담 경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환율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장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환율, 고금리 문제 등에 정부가 심각한 상황인식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시장에 맡긴다' '대외여건은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외환과 관련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없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달러-엔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에 하락했지만, 143엔대로 재차 반등했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는 움직임이 지속되면, 환시 안정을 위해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16일 달러-원 틱 차트


◇ 다음 주 전망
외환딜러들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면서 당국과 빅피겨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벤트 전까지 당국 경계가 강해진 만큼 상단은 제한되겠지만, 빅피겨(1,400원) 돌파 이후엔 1,420원까지 고점을 열어뒀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일단 당국이 칼을 빼들고, 시장에 레드라인을 명시했다"며 "달러-위안 환율도 오르고, 주식도 안 좋았는데 고강도 개입을 했다는 건 1,400원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FOMC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며 "파월 의장 스탠스에 따라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은행의 한 딜러는 "다음 주는 FOMC를 앞둔 경계감에 환율 하단이 지지가 될 것 같지만, 달러 강세를 선반영한 측면도 있다"며 "달러 강세 추세가 바뀌진 않겠지만, 현재 레벨에서 추가로 급등하는 등 큰 변동성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대를 넘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은행의 한 딜러는 "9월 FOMC는 상당히 호키쉬하게 나올 가능성과 시장에서 가진 기대 수준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시장 전망은 연준이 100bp와 50bp를 하거나, 75bp와 75bp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장중 동향
달러-원 환율은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상승을 반영해 전장보다 5.30원 상승한 1,39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과 함께 외환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가 추가 상승 시도를 제한했다. 빅피겨인 1,400원 진입 시도가 막힌 이후에 달러-원은 한동안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오후 3시 이후에 당국은 이틀째 고강도 밀어내기식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달러-원은 장중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고, 1,380원대로 후퇴했다.

장중 고점은 1,399.00원, 저점은 1,386.70원으로 장중 변동 폭은 12.30원을 기록했다.

시장 평균환율(MAR)은 1,394.2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약 77억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0.79% 하락한 2,382.78에, 코스닥은 1.45% 내린 770.04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63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는 917억 원 수준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서울 외환시장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43.370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67.92원이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0.99700달러, 달러 인덱스(G10)는 110.009를 나타냈다.

달러-위안(CNH) 환율은 7.0313위안이었다.

위안-원 직거래 환율은 1위안당 197.80원에 마감했다. 저점은 197.71원, 고점은 199.55원이었다.

거래량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를 합쳐 약 68억 위안이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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