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새파랗게 질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인 행보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중 한때 반짝 상승 반전했지만, 곧 하락세로 되돌아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등을 바탕으로 연준의 행보를 오독한 것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 점도표로 본 연말 기준금리는 4.5%
글로벌 외환시장이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37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유로화도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수직 낙하했다.

외환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이 점도표를 대폭 상향 조정한 데 주목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4.4%까지 오르고, 내년에는 4.6%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치는 올해 말 3.4%, 내년 말에는 3.8%였다.

연말 기준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전망치가 무려 100bp나 상향조정됐다. 연말까지 적어도 125bp의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연준이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연준은 이날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목표치를 75bp 올려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인상했다.

현행 기준금리 수준은 2008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 3월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5월에 50bp 인상한 후 6월에 75bp, 7월에 75bp, 9월에 75bp를 인상하며 5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얼마나 결기를 다지고 있는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
연합뉴스 제공



◇파월 의장, 시장의 오독 가능성 차단에 주력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번에도 시장의 오독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메시지는 바뀌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지난달 중앙은행들의 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 연설 모두에 "Today, my remarks will be shorter, my focus narrower, and my message more direct."라는 표현을 동원해 긴축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상당 기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는 하방 압력을 보여줄 때까지 제약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연준이 상당 기간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파월은 경제 주체 가운데 가계가 아직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버틸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은 아직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분을 상쇄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부 경제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9.5로 전월의 58.2%보다 개선됐다. 예상치인 60.0을 소폭 밑돌았지만 양호한 수준으로 풀이됐다. 특히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9월 소비자기대지수 예비치도 59.9로 전월의 58.0보다 개선됐다.

전년 동월 대비 8~9%에 이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에도 소비자들이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가계의 저축률이 종전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을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주택시장이 아직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점도 연준이 매파적인 행보를 누그러뜨릴 수 없는 배경으로 설명됐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모기지 30년물 고정금리는 연 6.0%를 상향돌파 했지만 아직은 주택시장이 냉각될 기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렌트비 인플레이션도 아직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낭패를 본 투자자들은 연준을 탓할 수도 없게 됐다. 파월 의장 등 연준은 이미 지난달 말 잭슨홀 미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독(毒)이 바짝 올랐다는 점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탐욕보다는 공포에 주목한 투자전략이 현명해 보인다.(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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