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늘리며 수익성을 키워왔던 주요 캐피탈사들이 내년 6월 이전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여신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주요 캐피탈사는 기존의 사업영역이었던 할부와 리스 외에 부동산PF를 중심으로 한 기업 대출과 투자금융을 확대해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캐피탈사의 기업 대출·투자금융 규모는 올해 6월 기준으로 110조7천억원으로 할부·리스 분야 71조3천억원을 크게 상회해 전체 자산의 48.8%를 차지했다.

이처럼 캐피탈사별로 거액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에 따라 미분양물량이 확대되면서 부동산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는 대부분의 자금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조달하는데 최근 발행 만기 2년 이내의 캐피탈채 발행 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0%에 달해 차환리스크가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PF 대출에 기업 일반대출 등을 포함한 운용자산의 익스포저 규모와 만기 분포를 살펴보면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현금 흐름상 여유분이 축소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AA급 캐피탈사의 운용자산과 조달 부채의 만기 매칭 현황을 보면 유동성갭(운용자산에서 조달부채의 차이)이 올해 하반기 3조원에서 내년 상반기 2.2조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A급 캐피탈사의 경우도 유동성갭을 보면 올해 하반기 3조1천억원에서 내년 상반기에 1조3천억원으로 큰 폭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장은 "캐피탈사의 부동산금융 실질 익스포저는 업무보고서상 PF대출 18조1천억원보다 많은 23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 가운데 내년 6월말 이전 만기 도래분이 40%를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부동산 개발사업 자산과 부채 만기 구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일부 캐피탈사의 경우 유동성 미스매치 수준이 내년 상반기 중 급격히 저하될 수 있어 지금부터 선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부동산 익스포저에 따라 추가 장기 자금조달이 필요한 캐피탈사로는 한국캐피탈, 메리츠캐피탈, BNK캐피탈, 키움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잇따른 유동성 위기 경고에도 캐피탈사들은 현재의 부동산PF 등으로 확대한 사업 다각화를 쉽게 예전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캐피탈사가 소매금융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PF 대출 등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며 "일부 손실 우려가 있지만, 사업다각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되돌리기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캐피탈사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우량한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사업은 진행하고 있다"면서 "부실이 나지 않는 상품 운용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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