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혼조세를 보였다. 달러화가 무자비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며 주요국 통화를 고꾸라뜨린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됐다. 영국 파운드화도 사상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친 뒤 반등에 성공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하게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4.708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44.600엔보다 0.108엔(0.07%)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0.96222달러에 움직여,전장 가격인 0.96104달러보다 0.00118달러(0.12%) 올랐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9.23엔을 기록, 전장 138.92엔보다 0.31엔(0.22%)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14.080보다 0.21% 하락한 113.843을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가 BOE가 긴급하게 동원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지난 주말 이후 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까지 격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진앙으로 지목됐다. 파운드화는 0.69% 상승한 1.07690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선 데 따라 추가 약세가 제한된 것으로 풀이됐다. BOE는 전날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금리 인상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금융자산의 상당한 가격 책정과 관련해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변화를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운드화 약세의 방아쇠였던 영국 국채 약세도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6532)에 따르면 전날 한때 50bp나 폭등했던 영국 국채 (길트:Gilt) 2년물 수익률은 이날 23bp 하락한 4.295%에 호가됐다.

이에 앞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지난 주말 새로 출범한 정부의 성장 촉진을 위해 감세 정책을 발표하며 파운드화 약세에 불을 지폈다. 오는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가량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면서 영국 국채 투매 사태가 촉발됐다.

유로화도 저가 매수세 등이 유입되면서 추가 약세가 제한됐다. 다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주요국인 이탈리아에서 극우 주도의 정권이 탄생한 데 따른 경계감은 여전하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21일 4.135% 수준에서 이날 4.562% 수준으로 급등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탈리아 새 정권이 포퓰리즘을 강화하면 유로화도 추가 약세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미 허약한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엔화는 추가 약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이 약 24년 만에 엔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지만, 약효가 하루만에 소멸하면서다. 엔화 약세를 돌려세우기 위해 BOJ가 무려 3조엔(약 29조7천억원) 규모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BOJ가 일본 국채(JGB) 10년물 수익률을 0% 언저리에 묶어 두기 위해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수익률통제정책(YCC) 등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BOJ는 엔화를 시중에 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매수하는 난처한 처지로 내몰린 것으로 풀이됐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은 전날에도 이어졌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높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고통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주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이날 연설에서 "지금 물가상승률이 너무나 높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워싱턴포스트(WP) 주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한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때까지 우리는 사방팔방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많이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SBC의 외환 리서치 헤드인 폴 매켈은 "달러가 정점을 찍었다는 희망이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상당한 시기상조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은 확고하게 매파적이며 글로벌 성장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동력은 더 높아지는 위험회피 심리와 결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모두가 달러화를 강세로 이끄는 것은 아니더라도 강한 달러를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코샤뱅크의 전략가인 키 가오는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한 약세를 대부분 돌린 데 대해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운드화는 달러화 강세 속에 올해 들어서만 여전히 20%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BOE의 추가 금리 인상은 파운드화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전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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