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글로벌 강달러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달러를 제외한 주요 통화들 사이에서 순차적인 옥석 가리기가 분주하다.

전일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최근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에 가까운 수준으로 휘청이며, 향후 통화별 차별화를 가져올 만한 요인으로 대외건전성이 힌트가 될지 주목된다.

29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번)에 따르면 파운드화는 이달 중에 달러화와 비교해 6.55% 가치가 절하됐다. 간밤 긴급 대응책이 나오기 전엔 절하 폭이 8.80% 이르기도 했다.

파운드화는 다른 유로화(-3.26%)와 엔화(-3.65%), 뉴질랜드달러(-6.47%), 호주달러(-4.78%) 등의 절하 폭을 뛰어넘었다. 달러가 독보적인 강세를 보였지만, 주요국 통화 가운데 파운드화가 유독 약세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달 중 통화별 등락


◇ 흔들리는 파운드화…英채무비율·외환보유고 약점 드러내
이토록 파운드화 약세 충격이 두드러지게 된 배경으로 영국의 취약한 대외건전성 평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거론된다.

영국은 대표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영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5.3%를 기록했다.

이는 유로 지역 내에서 평균(96%)에 버금가지만, 호주(59.8%)와 뉴질랜드(49.1%), 우리나라(49.8%) 등 다른 통화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은 점도 파운드화 가치에 부담을 줬다. IMF에 따르면 영국의 외환보유액은 정부와 BOE를 합쳐 총 2천23억 달러 수준이다. 달러 초강세 여파를 방어하기에 다른 중앙은행 대비 작은 규모로 평가된다.

최근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환시 개입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화와 같이 준기축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가 대표적이다. 엔화는 일본은행(BOJ) 실개입 이후 추가 약세가 제한되고 있다. 일본 외환보유고는 1조2천92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한다.

결국 재정 및 대외건전성 악화가 겹친 파운드화는 영국 금융시장 내에 불안감과 함께 악순환에 빠진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국채(길트채) 매도세에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도 파운드화 가치는 지지가 되지 못했다. 길트채 2년물 금리는 6거래일 연속 고공행진 이후 긴급 조치에 가까스로 급등세를 멈췄다.

은행의 한 딜러는 "주요국에서 너도나도 금리를 올리는데, 채무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결국 경제에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작용한다"며 "표면적으로 영국의 감세 소식이 파운드화에 충격을 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건전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파운드화도 그렇고, 나라별로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쪽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며 "달러 강세 흐름에서 앞으로 유의해서 봐야하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외환보유액, IMF


◇ 우리나라 재정·대외건전성, 양호한 편…원화 버팀목?
우리나라 원화는 전반적으로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양호한 평가가 예상된다.

IMF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9.8%를 기록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보유고 역시 튼튼하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외환보유액은 4천364억 달러로 나타났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경상지급액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AA 등급 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견조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을 월경상지급액으로 나누면 한국은 6개월로, AA국가 평균인 2.2개월보다 높다.

다만 최근 가파르게 재정이 악화했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로 잠재해 있다.

피치는 이달 국내 국가채무 전망이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향후 등급 하방 요인으로 '국가채무 비율의 큰 폭 상승'을 꼽았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우리나라 펀더멘털 자체는 나쁘지 않고 안정적이다"며 "원화는 건전성 측면에서 리스크는 덜하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4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