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당국에 LCR 제도개선 등 건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은행이 달러-원 환율 급등 여파로 원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분기 말을 앞두고 원화 유동성 비율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은행채 발행 등 은행권의 불가피한 대응으로 시장금리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은 이달에만 7조7천5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조5천4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은 원화 유동성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채도 공격적으로 발행했다.

이런 현상은 환율 급등으로 외환파생상품 증거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때 증거금으로 들어간 국공채나 통안채 등이 고유동성 자산에서 빠지게 되면서 은행 LCR이 후퇴했다.

그 여파로 일부 시중은행은 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정도로 LCR이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들은 기관이나 기업들의 고액 예금을 매력적인 금리로 끌어당겨 원화 유동성 비율을 올리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8%, 지난 2013년 1월(3.00%)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고액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전체적으로 시중은행권의 LCR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85%로 완화된 LCR 규제가 9월 말까지 90%로 상향조정될 예정인 점도, 은행들이 원화 유동성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달부터는 LCR을 92.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은행들이 원화 유동성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하면서, 시장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 물량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린 주체로 지목되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LCR 등 원화 유동성 비율이 생각보다 이슈가 돼서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있다"며 "LCR 규제 비율이 90%에서 92.5%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시장금리가 오르는 지금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외화파생거래 과정에서 원화 유동성 비율이 악화하자 최근에는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국내은행이 외국계은행에 제공하는 담보는 그만큼 고유동성자산에서 제외돼서 LCR에 영향을 주지만, 국내은행이 외국계은행에 받는 담보는 고유동성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LCR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에 국내은행이 외국계은행에 받는 담보도 LCR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담보와 관련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담보물로 받은 담보는 레포(Repo) 등 다른 거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 고유동성 자산에서 제외된다. 재담보를 하려면 담보를 질권이 아닌 소유권으로 인정받아야 해서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재담보 관련 내용은 외국계은행에서도 과거부터 계속 주장했던 내용이나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해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시급한 것은 국내은행이 외국계은행에서 받는 담보도 LCR 비율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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