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크레디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KDB산업은행이 투자자모집(북빌딩)에서 예상보다 많은 수요를 모으며 후순위채를 5천억원까지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후순위채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연기금, 공제회 등 장기투자기관들이 '고점'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28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을 5천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산업은행의 발행 목표 금액은 3천억원이었지만, 이사회 결의 금액인 최대 발행 가능한 금액까지 증액한 것이다.

10년물 4천500억원, 7년물 500억원씩 발행한다.

최종발행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각각 180bp와 170bp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 영업일 기준 3.765%인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 후순위채 금리는 5% 중반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 지난달 발행한 10년 만기 후순위채 확정금리(5.58%)와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요는 눈에 띄게 많아진 모습이다.

지난달 수은은 3천억원 발행했는데 산은은 5천억원으로 증액 발행한다. 산은은 원래 오늘까지 투자자 모집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투자 수요가 빠르게 모이면서 지난 18일 투자자 모집을 끝냈다.

산업은행 후순위채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에서 100% 받아 가며 흥행의 열쇠가 됐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장기투자기관들이 우량물 장기채 금리가 고점을 봤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1일 4.620%로 고점을 보인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전 영업일까지 85.5bp 빠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워낙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계속 벌어지다 보니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우량 장기채를 담아야 할 때라고 생각이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다"며 "고점 인식이 일부 반영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던 이유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은 BIS비율 13%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전력 적자, 고환율, HMM 주가 하락 등의 여파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가진 대주주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 BIS 비율을 6bp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2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BIS비율은 137bp가량 떨어지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반기에 정책자금 지원 나가는 규모까지 고려하면 BIS비율 방어를 위해 선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크레디트 시장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데 산업은행 딜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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