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저항선과 지지선은 뚫리라고 있다"
국내 외환딜러들의 모임인 한국포렉스클럽에서 2022년 FX 스팟(달러-원) 부문의 '올해의 딜러'로 선정된 고규연 하나은행 외환 파생상품운용부 차장은 8일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딜링룸에서의 순간을 이 말로 포착해냈다.

환율이 역사적 고점을 번번이 뚫었고,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내려왔다. 올해 FX(외환) 딜링룸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처럼 들렸다.

고 차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딜러 인생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해였다고 정리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연초 1,200원을 뚫은 달러-원이 1,300원과 1,400원을 연이어 돌파하면서 심리적으로나 차트상으로 보기 드문 급등락 장세를 연출했다.

고 차장은 "올해는 기억에 남는 한순간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이내믹한 한 해였다"라며 "환율이 연고점을 찍은 날과 하루에 60원 가까운 하락 폭을 기록한 날, 일본은행의 개입으로 달러-엔이 급락한 날 등 기억에 남는 때가 많다"고 전했다.

고규연 하나은행 차장


고규연 차장은 입행 3년 차에 2004년 외환은행 딜링룸으로 처음 합류했다. 이후 '손이 빠른' 딜러로 실력을 두루 인정받아 베테랑 딜러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하나은행 FX 달러-원 하우스 주포이자, 마켓 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같은 딜링룸에는 박지훈 차장과 유명곤 차장, 전윤경 대리가 함께 달러-원 스팟 거래를 책임지고 있다.

고 차장은 이번 수상에 참여한 모든 시장 참가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딜링룸 선·후배와 동료들과 일궈낸 성취라고 답했다.

그는 "시장에 훌륭한 선, 후배들이 많이 계시는데 수상하게 됐다"며 "오랜 시간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하나은행 FX팀에 주는 상을 대신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외환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 차가 가장 큰 포인트였다고 회상했다. 빠르게 변화를 포착하면, 적극적인 포지션 구축을 통해 수익 기회로 연결했다.

고 차장은 "미 연준은 금리를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항상 공격적으로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며 "작년 연말부터 롱 베팅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언제나 서울 외환시장은 대내외 환경에 맞춰 급변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자'는 항상 마음에 새기는 운용 신조로 남아있다.

고 차장은 "외환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자신의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라며 "시장 변화를 읽기 위해선 선입견 없이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내고,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감(感)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달러-원은 G7(주요 7개국) 통화 등과 차별화해 고유한 특성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며, 고 차장은 역내외 수급과 다른 자산시장 움직임 등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는 열정과 민첩함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고 차장은 "달러-원은 개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플레이어도 많이 제한적이다"며 "수급도 굉장히 중요하고, 과거 달러-엔부터 이탈리아 채권 금리, 유가, 미 금리, 싱가포르달러, 달러-위안 등 다양한 자산군에 연동해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미세한 변화를 바로 캐치한다면 트레이딩할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금리를 주요 변수로 꼽으면서 고강도 긴축으로 실물 경제에 파급력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차장은 "전 세계적 긴축 기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주춤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진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충격 당시에 잠깐의 리스크오프는 금리 인하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사라졌다"며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실물경기가 촉발한 환율 상승세 위력은 더 강하게 오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1,300원 초반대로 내려오면서, 대형 수출업체의 대기하는 네고물량 등이 출회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고 차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달러 강세의 조정 속에 수급상으로도 결제보다는 대형 수출업체 매도가 선대기할 것 같다"며 "최근 1,350원에 갈 때보다 1,310원에 가까워질 때 훨씬 추격매도가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수급이 한쪽 방향으로 워낙 쏠린 감이 있고, 당국의 수급 안정화 대책도 상당 부분 불균형 완화에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고 차장은 외환시장 변화와 발전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참가자들 앞날에도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고 차장은 "앞으로 원화의 국제화 등 외환시장의 굵직한 이슈들과 함께 시장의 모습도 크게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참가자분들 모두 시장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또한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큰 한 해,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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