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또 한 번 정치권 리스크에 노출됐다. 한국전력공사채권(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개인투자용 국채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국채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줄곧 채권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성토했다.

28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투자 주체별 장외채권 종류별 거래 추이(화면번호 4664)에 따르면 전일 기준 개인의 국고채 보유액은 3조6천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조원대를 밑돌다가 금리인상에 따른 고금리 수요가 들어왔다.

다만, 시계열을 넓혀보면 현재 개인의 국고채 보유액이 놀랄만한 숫자는 아니다. 개인의 국고채는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인 적이 있다. 그사이 국고채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은 커졌으니, 실상 참여도는 위축된 셈이다.
 

 


당시 국고채 금리는 지금보다 단기물과 장기물이 낮았고, 초장기물은 20~30bp(1bp=0.01%포인트) 높은 정도였다. 약 10년 전 개인들은 꺾이는 경기 속에서 안전자산을 찾았고,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국채가 편입 대상이 됐다. 국채에 장기투자하는 개인들에게 세제 혜택까지 추진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개인들의 국채 투자세가 가속할 수 있는 기반이 국회에서 논의되다가 보류됐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채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이자소득 분리과세를 신설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모법(母法)이 상임위를 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채권시장참가자들은 정치권 리스크에 또 희생양이 됐다고 판단했다. 레고랜드 사태부터 한전법, 국채법까지 시장의 패닉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자산관리 관계자는 "접해본 소식으로는 개인의 국채 투자가 다른 크레디트 채권의 수요를 뺏어간다고 하는데, 길을 막아놓고 어디로 돈이 흘러가길 바라는 것은 전형적인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채권 투자 저변을 늘린다는 공감대가 있으면 개인들은 우량자산인 국채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금리가 높아진 것"이라며 "금리가 높으니 알아서 투자할 것이라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채 시장이 망가진 것을 보면 정책은 투명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당연한 수순으로 가는 법안들이 막판에 지연되거나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경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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