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금융산업 리더



(서울=연합인포맥스) 모든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꿈은 '정확한 금리 변화 예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거시경제 지표인 금리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해당한다. 금리 변화는 실물경기, 통화량의 변화는 물론 인구, 기후, 기술, 정치 등 다양한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는 다차원 함수이기 때문에 단순 2차 방정식의 논리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변화하지 않는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많은 기업과 국민들은 저금리 기조를 걱정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중에 과도하게 유통되던 통화의 회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으로 인한 물류 분절화 현상 등 다양한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시작된 물가상승과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서민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은 채권의 건정성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 하락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야말로 1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저금리 기조 하의 정책과 금리 관리 수단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는 장기적 예측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금리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규모를 비슷하게 대응시키는 방법이다. 부채로 기록되는 자금조달과 자산으로 기록되는 자금운용을 외부 금리변동에 대해 각각 비슷한 정도로 변동하게 만들면 자산과 부채의 변동효과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회사 전체 입장에서 큰 변동이 없게끔 만드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가급적 금리에 연동되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금리 변동 효과를 고객 혹은 피투자자들이 부담하게 되면서 금리변동 위험을 회사가 직접 부담하지는 않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 금리와 관련된 부채규모와 해당 만기에 맞는 자산을 찾기 어렵다.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채권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변동 위험을 전적으로 고객에게만 전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금리변동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정부가 발표하는 최근 금융기관에 대한 각종 제도 변화의 핵심은 바로 '모든 위험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각종 위험요인을 정확히 평가하고, 자본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금리변동'이다. 금리변동의 영향이 지금까지는 경영예측과 전략수립의 영역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규제대응과 재무보고의 영역까지 영향이 확대됐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는 금리변동을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현시점부터 시행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경제환경 하에서 그 누구도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이제 이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산과 부채의 적절한 대응으로 금리변동 위험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자본과 손익의 변동성이 심화할 때 주주의 배당 및 세금납부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지, 금리변동을 고려한 고객 이탈률, 계약대출유지율 등에 대한 예측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금리변동에 대한 위험관리는 정확한 현황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 변경된 제도하에서 금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정확히 예측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금리의 관리 수준을 자산운용영역 뿐만이 아닌 전략, 상품개발, 위험관리, 경영예측 등 전 사업분야에 걸쳐 일관성 있는 수준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신병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금융산업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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