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에도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재현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하면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어 방향성을 모호하게 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국인끼리도 생각의 차이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연초부터 진행되는 선·현물 수급 공방이 금통위 날에 더욱 심화하고 있어서다.

13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57)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9분 현재 외국인은 장외시장에서 원화채권을 5천449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국고채를 3천800억여원,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1천600억원 팔았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중기물 경과물과 잔존 만기가 별로 남지 않은 통안채 등을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장외시장의 거래시간이 남은 까닭에 추가 주문이나 이미 처리한 주문에 대한 추가 매수 신고가 들어올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수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현물 채권 매도를 기록하게 된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현물채권을 순매도 중이다. 그 정도가 금통위 때 가장 심해지는 셈이다.
 

 


가격 부담과 재정거래 유인 축소, 달러-원 환율 변화 등 외국인의 현물 매매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날 외국인의 현물 매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 외에도 금통위라는 특성 때문이다. 현물을 거래하는 일부 외국인이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이 매도한 종목들을 보면 상당 부분은 코로나 이후 발행한 것들"이라며 "금리만으로 보면 이익이 실상 별로 없을 텐데 지금 와서 매도하는 이유는 일단 빠지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리 채권에 대한 매수 관심이 높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보면 외국인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거나 이창용 총재가 언급한 3.75%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현물 채권 매매와 달리 국채선물과 금리스와프(IRS) 등 파생 쪽에서의 매수 베팅이 거세다. 3년 국채선물(KTB)은 올해 들어 하루도 순매도한 적이 없다. 금통위인 이날도 1만3천계약 이상 순매수 중이다. 10년 국채선물(LKTB)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IRS에서 외국인의 오퍼(매수)가 최근 많이 나온다"며 "금통위 개장부터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차익실현이 나올 줄 알았는데 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리 피벗 기대감이 큰데 이창용 총재의 금통위 기자간담회는 그 기대를 꺾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외국인끼리도 서로의 포지션을 궁금해하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풀이 넓어지고 현물과 파생의 경계에 대한 개별 추측도 어렵다"며 "외국인끼리도 수급에 대한 공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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