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1조3천억원 순매수…작년 8월 이후 최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새해 들어 장기 투자자로 분류되는 연기금과 보험이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0년물을 '긁다시피' 쓸어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부터 장기 투자자들의 30년물 사랑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이번 달에는 매입 속도가 더욱 빨라져 1월 금리를 고점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주체별 채권거래종합화면(화면번호 4565번)에 따르면 연기금과 보험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장외시장에서 2052년 9월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30년물을 1조3천3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순매수액은 다른 투자주체들의 순매수액을 합한 것보다도 두 배나 많았다. 1월 들어 외국인과 자산운용사(공모)는 30년물을 각각 3천103억원과 3천401억원어치 순매수했을뿐 다른 투자주체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장기 투자자의 국고채 30년물 사랑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해당 물량이 발행된 작년 8월 장기 투자자들은 2조3천578억원어치 채권을 쓸어 담으며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같은 2052년 3월 만기인 국고채 30년물의 매입량 1조4천490억원까지 더하면 도합 약 3조8천억원어치 국고채 30년물을 매입한 것이다. 당시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3.0~3.5% 사이에 형성됐는데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레벨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이후로도 장기 투자자들은 30년물에 대한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순매수액은 9월 9천494억원, 10월 1조2천931억원, 11월 1조465억원, 12월 6천692억원으로 꾸준히 1조원 안팎을 형성 중이다.

하지만 이번 달 장기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는 더욱 공격적인 분위기다. 새해 들어 거래일이 열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지난 8월 이후 최대 규모로 30년물 국고채를 담고 있다. 주요국 국채금리 하락세와 달러-원 환율 하락, 연초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채권 롱' 심리가 어느새 되살아난 가운데 장기 투자자답게 30년물 위주로 우선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봐도 그렇고 금리인상 기조가 일단락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데 시장이 금리 하락을 선반영하는 느낌"이라며 "채권값이 오르는 만큼 경쟁심리가 더해져 연기금도 장기물을 더 적극적으로 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연기금과 보험이 모든 종류의 채권에 매수 심리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30년물 국고채를 제외하면 다른 채권은 팔기 바쁜 데, 금리 낙폭이 단기적으로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의 채권별 거래종합화면(화면번호 4556번)에 따르면 연기금(기금·공제)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223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를 4천864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공사공단채와 회사채도 각각 2천449억원과 1천66억원 순매도했다.

보험은 순매도액이 훨씬 더 크다. 같은 기간 장외 채권 순매도액은 3조231억원에 달했으며 국고채가 2조1천830억원이었다. 공사공단채와 회사채 순매도액도 각각 7천117억원과 5천692억원에 이르렀다.

장기 투자자는 장외 시장에서 단기물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달 연기금과 보험의 순매도액 1위는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3년물이고 뒤를 이어 내년 12월 만기 3년물, 5년물, 20년물, 10년물 순이다. 이들 채권은 전반적으로 순매도액이 각각 3천억원 이상인데 장기 투자자는 국고채 30년물을 늘리면서 듀레이션을 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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