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우리나라 시장금리 하락세에 기업어음(CP)이 제대로 올라탔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고금리 메리트와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린 결과다. 이제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CP는 앞다퉈 사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부동산과 에너지라는 핵심 이슈를 떠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수혜 대상으로 떠오른다. 주요 거래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을 주도하는 '대장'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27일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 유통정보(화면번호 4740)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일반 CP는 31조8천387억원 거래됐다. 총 113개의 발행사에서 A1~A3-까지 다양한 등급의 CP에 대해 자금이 오고 갔다.

이 기간에 91일 만기 CP 금리는 매일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지난 13일에만 상승했다가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달에 5.54%까지 치솟았던 CP 금리는 이제 4.6%를 바라본다. 전 거래일에는 4.65%까지 낮아졌다.

글로벌 주요국에서 피어나는 금리인상 중단 전망이 우리나라까지 뻗쳤다. 불경기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단기 CP는 여유자금을 맡기는 투자처로 부상했다. 경색 위기였던 단기자금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CP 시장금리 하락세를 누리고 있다.

최근 CP 금리 하락기에 거래되는 종목들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적자와 부동산 침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LH와 한전, 가스공사 CP에 매수세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금통위 이후 거래된 일반 CP의 발행사별 거래 규모 순위를 보면 한전이 2위, 한국가스공사가 4위에 올랐다. LH는 7위로 기록됐다 한전의 거래량이 1조5천500억원대, 한국가스공사가 1조1천973억원대, LH가 1조800억원대다.

특히나 이 기간 이전에 발행돼 거래 회전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종목들의 거래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새 물건이 아니어도 나오면 팔린다는 뜻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공기업들의 순위가 대폭 올라간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일반 CP 거래 규모로는 한전이 9위, LH가 22위였다. 한국가스공사만 여전히 높은 순위권에 있는 동향이다.
 

 


이들의 단기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진 모습을 CP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 이슈에 따른 적자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뇌관이 여전하지만, 현재로서 CP 매수세가 이를 걱정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지금 CP 시장은 안전하다고 보이는 것들은 수요가 많고 물건이 부족한 양상"이라며 "등급 보고 매수에 들어가는 경우가 우선이어서 한전이나 LH의 CP가 유통시장에서 나와 좋은 가격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이나 LH의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 시장에서 보는 인식은 확실히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전과 LH라는 공기업 외에는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와 한국투자증권의 CP가 거래 규모 5위권 이내 상위 그룹에 속했다. 카드사들의 거래 비중이 많은 것은 전월과 비슷한 트렌드지만, 전반적으로 공기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저평가된 측면이 있던 CP들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당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빠르게 효과를 보면서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이전보다 시장 흔들림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금리인하 트리거를 더 크게 보는 곳들도 있어서 단기물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