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후 우리나라의 생산성 장기추세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정선영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과 장동산 조사역은 30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서 "우리나라 생산성은 팬데믹 직후 빠르게 반등하다가 정체되는 전형적인 위기시 경기 변동적 패턴을 보인다"며 "일시적 반등 이후 둔화세가 심화하면서 생산성의 장기추세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생산성 장기 추세의 하락에는 ▲불안정한 대외여건 ▲산업간 재배분효과 소멸 ▲불황의 청산효과 부재 등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불안정한 대외여건은 팬데믹이 예상보다 장기화한 것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요인을 말한다. 한은은 대외 여건 영향에 노동시장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성장 회복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또 백신이 보급되고 방역 정책이 완화됨에 따라 위기 기간 직후 일시적 생산성 반등을 가져왔던 노동투입량 변화에 따른 산업간 재배분 효과가 2021년 이후에는 소멸된 것으로 타났다.

청산효과도 이번 위기에는 동반되지 않았다. 한계기업 비중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등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위기기간 동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불황시 비효율적 기업의 퇴출로 시장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서비스 분야 중 디지털기술 활용이 집약된 부문에서는 노동투입량의 회복 없이도 생산능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은은 "팬데믹 충격은 디지털기술 활용도에 따라 서비스업 내 생산성 격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물가 급등기에도 디지털 집약 서비스 부문은 높아진 생산성으로 인해 단위노동비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하였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팬데믹이 남긴 상흔 효과로 인한 장기실업 등 인적자본 잠식,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 향후 시장 비효율성 누증에 따른 생산성 하방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팬데믹을 기점으로 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산업 간 진입장벽이 사라지는 빅블러(Big-blur) 현상은 기존 생산성 둔화요인을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중장기 생산성 경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기술혁신)로 인한 상승효과가 코로나19 상흔효과(생산효율성 하락)에 따른 생산성 둔화를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생산효율성이 주요국 평균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산효율성 개선을 위한 노력없이 연구개발(R&D) 투자 등 기술혁신 노력만으로는 추가적인 생산성 개선이나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우리나라의 생산효율성 수준은 미국 대비 5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73.2%)뿐만 아니라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5만 달러인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국가들의 평균치(70.8%)를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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