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정부가 지난해 물가 방어에서 올해 수출 촉진으로 정책의 목표를 바꾸면서 외환당국의 환율 관리도 하락 속도 제어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30일 달러-원 1,230원 부근에서 당국의 달러 매수 스무딩오퍼레이션도 꾸준히 단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원화가 다른 통화대비 빠르게 절상된 만큼 수출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너무 빠른 환율 하락에도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로 정책 목표 바뀐 당국…시장 발언에도 변화

지난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정부가 올해는 '수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연초 대통령실에서부터 올해 목표는 수출 촉진이라는 신호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정부부처 업무보고 중간 브리핑에서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 키워드가 '기업과 시장, 수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대를 위해 전 부처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모든 부처가 수출 부처이자 산업 및 기술 부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후 핵심 정부 관료들의 발언도 수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물가는 1분기가 지나면 4%대, 하반기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 부총리는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며 "수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전략을 수립하고 온 정부가 집중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도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추가 인상은 난감하다는 의사를 비교적 선명하게 내비쳤다.

그는 "가파르게 금리가 오르다 보니 서민, 일반경기에 굉장히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 서민들이 이자 상환 부담에 굉장히 힘들어해서, 결국은 중앙은행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 정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에 토를 달지 않던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스탠스다.

◇달러 매수 스무딩 지속…환율정책도 '수출' 방점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정책도 수출 지원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연초 이후 당국이 환시에서 꾸준히 달러 매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전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면서 달러-원 급등의 위험이 사그라진 가운데 지나친 원화 강세의 수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원화는 지난해 10월 말 대비해서 최근까지 약 16%가 절상됐다. 달러-원으로 보면 1.440원대에서 1,230원대로 급하강했다. 이 기간 엔화(14%)나 유로화(10%) 절상 폭보다 훨씬 강세 폭이 크다. 주요 통화 중에는 가장 강한 통화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말 이후 원화 등 주요 통화 달러 대비 절상/절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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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내 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의 추가 강세 압력도 커진 상황이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전 거래일까지 약 7조 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았다.

그런 만큼 당국이 외국인 주식 매수로 유입되는 자금 일부를 받아내면서 달러-원의 가파른 추가 하락은 제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원은 연초 1,280원대까지 올랐다 곧바로 1,240원 선 부근으로 떨어진 이후에는 하락 속도가 한층 무뎌졌다. 1월 중순부터는 1,230원 부근 등락을 벗어나지 않는 중이다.

은행권의 딜러는 "최근 당국이 꾸준하게 달러 매수 주문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으로 소진했던 외환보유액을 보충해야 할 필요도 있는 만큼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다른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가 수출 부양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다른 통화대비 원화의 강세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면서 "무역협회장을 지난 한덕수 총리가 특히 원화의 절상에 대해 우려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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