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듀레이션이 긴 것은 한국물의 투자 안정성을 보여주는 척도지만 최근은 통안채 등 단기 채권 매도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어서 혼란을 주는 상태다.

시장참가자들은 외국인의 현물채권 투자가 결국 돌아올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커브(기간별 수익률 곡선)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30일 연합인포맥스 투자 주체별 장외채권 포트폴리오 포지션 추이(화면번호 4256)에 따르면 전 거래일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4.64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서울채권시장 유입 이래 최고치다. 연중 상승세로 4거래일째 사상 최고를 유지 중이다.

듀레이션은 만기와 상관관계가 깊다. 예전부터 외국인 자금 유출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이들의 듀레이션이 길수록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안정적 투자자로 구성됐다는 점도 인식 제고에 한몫한다.

이번에는 듀레이션 상승에 특수한 사정이 있다. 외국인의 단기채권 매도에 따라 전체 보유 잔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잔고와 듀레이션이 함께 확대하는 패턴과 다르다. 유입이 아닌 이탈로 형성된 사상 최장 듀레이션이라 '어부지리'의 성격이다.



지난해 말 223조원을 넘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액은 이제 217조원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오는 6월에 만기인 국고 3년 경과물 20-3호를 비롯해 연중 만기가 돌아오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2년물을 2조5천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 주요 매도 채권의 만기가 2025년 안으로 자리한다.

이들의 단기채권 매도 원인은 재정거래 매력이 떨어진 점이 우선 꼽힌다. 우리나라 내외금리차에 글로벌 조달금리, 크레디트 채권 동향 등 다양한 요인이 포함된다. 최근 상대적으로 강세인 국내 채권의 반작용인 셈이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다시 확대할 것이라는 게 서울채권시장의 컨센서스다. 글로벌 채권 투자가 꾸준한데 포트폴리오상 지속해서 빠지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다만 가격 변동, 특히 커브에 미치는 외국인 수급의 영향력은 주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작년 말 대규모로 포지셔닝했던 재정거래에서 큰 폭의 이익이 났고 최근에는 추가 마진 획득 룸이 없어져 자연스럽게 청산하는 상태"라며 "재정거래 기회는 늘 왔다 갔다 하므로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채권 관계자는 "당국은 전체적인 외국인 자금 흐름에 관심을 갖겠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적정한 가격에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며 "지금 레벨에서 단기 현물채권을 파는데 국채선물을 대거 사는 것이 변동성을 키우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정체기에 들어가면서 커브 플레이가 활발해질 때가 외국인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며 "생각지 않은 타이밍에 장기 채권을 계속 사들이면 그때 수급이 꼬일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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