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판 FX딜러…멀티플레이 딜링룸 설계자로
"언제나 매서운 파도, 추세에 올라타라"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여느 딜링룸 딜러들 앞은 잔뜩 쌓아 올린 모니터 화면이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 금리와 환율 등 수많은 차트가 움직인다.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얽힌 금융시장의 딜러는 여러 상품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멀티플레이어'에 가깝다. 딜러가 보는 걸 넘어 다양한 상품들을 직접 운용한 경험을 쌓아가는 IBK기업은행 딜링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동운 IBK기업은행 자금운용부 부장


6일 이동운 IBK기업은행 자금운용부 부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행 딜링룸에서 타행 대비 팀장 이하 팀원들은 상품 또는 포지션 이동을 주기적으로 많이 한다"며 "딜러들은 특정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의 시각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운 부장은 지난 2000년 자금부를 거쳐 자금운용부에 몸담아왔다. 외환(FX)딜러 경력만 17년이 넘는다. 당시만 해도 딜링룸 여건상 다양한 업무를 해볼 기회가 주어지기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자의반 타의반 베테랑 FX 딜러 외길을 걸었다. 자신의 아쉬움을 후배들은 겪고 싶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 부서 간 팀워크 향상 및 금융시장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로 삼았다.

기업은행 자금운용부는 외환운용팀과 전략운용팀, 증권파생운용팀, 금융공기업 영업팀, 기업영업팀 등 5개 팀과 총 43명의 부서원이 함께한다.

부서원은 과장까지 팀을 이동하면서 채권과 FX 등 경력을 쌓은 이후 차장급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조직도 적재적소에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폭넓은 운용 경험은 작년처럼 외환시장에 금리가 큰 영향력을 보여준 때 힘을 발휘했다. 외환운용팀에 채권 딜러로 활약한 정재민 팀장과 기존 팀원 간 의견 공유가 수익 달성과 리스크 관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 부장은 트레이딩 측면에서 추세를 강조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절을 꼽았다. 결국 50대 50 확률 싸움에서 벌 때 더 벌고, 잃을 때 덜 잃기 위함이다.

이 부장은 "시장의 트렌드란 원인은 나중에 찾더라도 일단 방향대로 쫓아가야만 한다"며 "트렌드에 역행해 나만 거꾸로 포지션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딜러가 50% 확률로 수익 구간에서 좀 많이 벌고, 손절을 통해 손실 구간은 짧게 짧게 잘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경험을 빌려 딜러의 리스크 관리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하나가 손익의 책임감이라면,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 부장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은행 자금으로 트레이딩하는 딜러가 손절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은행원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손절 원칙 준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식간에 몇천만 원씩 깨지면 목덜미가 찌릿하다"며 "딜러에게 심리적으로 같은 규모의 손익도 수익보다 손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운동하든 취미를 하던 자기만의 방식으로 쉬어야 다음 거래를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감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기업에 실시간 환율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환율 고시 빈도수가 시중은행보다 두세 배 더 많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의 선물환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감면해준 거래 보증금만 800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수출입 감소에 따른 기업과 은행들 모두 외환 거래가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발로 뛰는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 부장은 "올 한해는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며 "부서 전체가 노력한 와중에 시장도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1월에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외에도 환시 선진화 등 굵직한 현안이 있다"며 "원화 주권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당국과 시장참여자 간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한 걸음 더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끝맺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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