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English
금융사 경영진 책임경영 기반 조성
"이사회 운영 적정성 따져볼 것"…당국·이사 미팅 정례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교체 수순을 밟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향후에도 합리적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추가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금감원은 지배구조 및 주요 의사결정의 콘트롤타워인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지주·은행 경영진들의 성과보수 체계도 점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6일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핵심으로 금융당국과 금융사 이사회간의 소통을 강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지난해 말부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NH농협금융, BNK금융, 기업은행 등 굵직한 주요 금융사들의 CEO가 모두 교체됐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여전히 글로벌 기준과 견줘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은 승계절차의 공정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선 추가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해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사회 실태점검 배경과 관련해 "이사회 멤버 개개인의 이슈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경영진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이사들이 잔류한다던가 (하는 문제점이 있고), 복잡한 이슈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전문성이 필요한 데 이사회 사무국이 이에 대해 정확히 내용을 공유하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전 안건에 대한 스터디가 병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찬성 비율이 압도적인 현재의 이사회 분위기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만은 아니지만, 현재 금융사들이 이사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일정을 마무리한 우리금융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 원장은 별도의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새로운 회장 후보께서는 보다 건강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만들어 우리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와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를 추리는 과정에서 공정성·객관성을 확보했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하는 걸 보면 CEO를 포함한 내부 이사의 역량과 적정성에 대해서는 내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상당히 심도 있게 진행한다"며 "시간이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일부 케이스에서 나타난 것처럼 롱리스트 기준이 뭔지, 이사들에게 실무진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한 건지, 실무조직의 객관성은 담보된 건지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외부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을 헤드헌터 업체에 일임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외부후보를 전부 추천받는 것과 관련해서 "그럼 금융지주의 운명을 헤드헌터사에 모두 맡기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임추위의 후보 추천 기준 및 평가에) 보다 고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배구조 합리화와 내부통제 프로세스 개선에는 이사회의 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에 이사회 의장들과 한번 만났었는데, 이를 정례화하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에 미팅하는 것이 목적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봤다"며 "(정례화를 통해) 금융당국이 가진 생각에 대한 방향성을 경영진에 미리 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소통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사 경여진들의 성과보수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치우칠 가능성이 현재의 성과보수 체계에 중장기 성과를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끝으로 이 원장은 "내부통제 실패는 결국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지, 중장기 성과를 중시하는 지에 달린 측면이 크다. 이에 따라 회사 문화가 완전히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