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 투자액 절반 이미 집행…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연초 이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채권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채권은 여전히 매력도가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금리는 이벤트에 따라 단기 등락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일부 자산은 자본차익 실현을 검토할 것이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부이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채권 시장을 변동성과 기회의 장이라고 평가하면서 21일 이같이 말했다.

이 부이사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시장금리가 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오른다면 이번에는 작년 연말과 달리 저가 매수를 조금 고민하게 될 것 같다"며 "여유 자금을 모두 털어서 채권을 사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시장을 지켜볼지 가늠해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채권의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전체 투자전략은 기본적으로 공격보단 방어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이 부이사장은 덧붙였다. 올해는 변동성이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보이는 만큼 방어적으로 전략을 짜되 전술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에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부이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 2014년 롯데손해보험 자산운용총괄로 옮기기 전까지 줄곧 '삼성맨'으로 지내왔다. 삼성생명에서는 뉴욕투자법인장을 지냈고 전략투자, 미국 회사채 분석 등을 맡았으며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3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아래는 이 부이사장과 일문일답.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채권시장이 급변하고 우량채와 비우량채 사이에 분위기도 확연히 갈렸다. 최근에는 다시 금리가 꿈틀대고 있는데 올해 채권시장 어떻게 전망하는지. 군인공제회의 채권 투자 전략은?
- 작년 연말에는 금리가 급격히 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채권을 저가 매수했다. 올해 채권자금으로 신규 배정받은 자금 중 한 50%는 작년 11~12월에 미리 집행했다. 신규로 배정받은 자금과 만기가 돌아온 자금을 합쳐 1천300억원 정도. 연말에 금리가 크게 벌어졌을 때 그런 기회가 다시 오기 쉽지 않을 거 같아 채권팀에 조기 집행을 요청했다. 거의 5% 후반, 6%대 금리에 채권을 매입했다.

이 투자로 캐피털 게인(자본차익)만 현재 6~7%에 달한다. 거기다 캐리 수익까지 합하면 하이 싱글 디짓(한 자릿수 후반대 수익률)이 나온다. 이 채권들을 팔아서 자본차익을 챙겼을 때 그 상태로 그 정도 금리를 줄 수 있는 채권이 있다면 다시 투자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정도 캐리 수익이 나오는 채권을 구하기 어렵다면 굳이 팔 필요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채권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채권 투자에선 신규 자금이 많다면 분할 매수가 맞을 것이고 만기 상환되는 자금밖에 없다면 그 타이밍에 제일 밸류 높은 걸 찾아봐야 한다. 연초엔 국내 우량채 위주로 투자했고 현재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국내 고수익 상품과 해외 장기채권 상품 등을 발굴 중이다.

등급으로는 AA급 이상 채권을 보고 있다. AAA급과 AA급은 연초에 스프레드가 엄청나게 축소됐다. 싱글 A 정도가 본격적으로 축소되기 전에 다시 금리가 반등하는 느낌이다. 우량채는 다 언더 발행했는데 민평 대비 언더로 매입하는 게 좀 비싸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금리가 다시 반등할 조짐이 없는 것도 아닌 만큼 현재로선 공격적으로 나서기엔 조심스럽다.

▲채권 외의 투자 전략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자금 운용에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포트폴리오의 균형과 꾸준한 수익 창출이 중요한 시점이다. 채권과 함께 주기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사모 대출 등의 분야가 특히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인 것은 미국 물가 상황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가 예상외로 높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환경을 더 길게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게 되면 금리에 취약한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도 더 커진다는 뜻이 된다. 신용 리스크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우량채 매입으로 신용 리스크를 어느 정도 헤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경기침체 강도를 두고 여러 견해가 나오는 것도 리스크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현재 우리 경로를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는 의미다. 금리 전망, 금리에 따른 매크로 경제 경로 등 불확실성이 곳곳에 있다.

시장 위축으로 전통 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대체투자 부문에선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예상했던 시기의 엑시트가 어려워지면 수익 인식이 지연돼 올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긴축 기조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군인공제회의 투자 전략에 미칠 영향은.
- 최근 미국 고용시장 호조 등으로 최종 금리 상단이 상향 조정되고 향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고금리 우량채 등에 선별적인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채권 비중이 14%에 불과하고 신규 투자자금도 많지 않다. 만기 상환되는 자금이 회수되면 그 시점에서 회사채냐, 구조화채냐, 후순위·신종자본증권이냐, 어떤 채권을 살 것인지 선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판단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긴축 기조가 길어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상태도 이번에는 오래간다. 예전에는 길어야 몇 주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도 예측 못 했던 부분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그간 통했던 전략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봐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최근 연기금 및 공제회들이 사모대출(PDF) 자산에 특히 관심을 보인다. 군인공제회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할 계획인지
- 금리가 올라가니 대출·사모대출 이런 분야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쪽으로 배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사모대출은 국내 사모펀드도 일부 운용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해외 운용사에 위탁한다. 북미나 유럽 운용사들이 투자 건을 가지고 많이 찾아온다.

사모대출은 시니어 트랜치나 유니 트랜치(구조화), 메자닌(중위험·중수익) 등의 전략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시니어 트랜치는 순수대출, 메자닌은 중순위이되 업사이드가 조금 기대되는 부분이 다르다. PDF 펀드들은 시니어나 유니 트랜치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다.

사모대출은 기본적으로 변동금리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올라간다면 따라 올라가는 구조다.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 거기에다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투자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신용도가 낮거나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들은 사모대출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군인공제회도 여타 주요 공제회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자금 압박을 겪었다. 올해는 자금 흐름이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 올해는 작년보다는 다소 개선됐으나 아직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시중은행을 통해 필요할 경우 CP를 발행하고 크레딧 라인도 일정 규모로 설정해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과 예금금리 차이로 회원이 감소했는데 회원 유입 추이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확대할 수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늘리려고 한다.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음에도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더 늘어날 여력이 있어 그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 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는 한도가 있는데 현재 회원들은 한도의 절반 이하로 사용하고 있다. 그 부분을 더 늘리기 위해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회원 수뿐만 아니라 회원이 납입한 금액이 늘어나도 운용 자금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CP 프로그램은 항상 갖고 있었다. 잔액은 한도의 30% 정도만 유지하는 중이다. 유동성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자금줄이다. 작년 하반기엔 일시적으로 CP 발행을 조금 늘렸지만, 곧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크레딧 라인도 예전부터 확보해뒀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수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부이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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