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저희는 현재 문제 되는 것과는 상관이 없어요"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사를 향해 강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관치' 우려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사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산운용사를 '내 편 만들기'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해외 자산운용사와 국내 자산운용사를 잇달아 만났다.

이복현 원장이 해외 자산운용사 운용전문인력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진 건 금융당국의 감독방안을 설득하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은행·증권사에 대해 감독의 칼날을 겨누자, 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비판한 이후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13~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지분을 1천93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한국 은행업이 경쟁적·효율적으로 발전하면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매력도는 한층 커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오후에는 연이어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이사(CEO)들과 간담회를 했다.

원래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CEO들이 업계 현황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두 달 전부터 잡혀있는 일정이기도 했다. 금감원장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운용업계 회의가 금융당국과의 간담회로 확대된 셈이다. 자산운용사 CEO들은 간담회 시간보다 30분가량 일찍 도착하며 이 원장을 맞이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를 당부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며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에 앞서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앞서 말하며 스튜어트십 코드를 언급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케이티(KT) 등 주인 없는 회사들의 최고경영자 선임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려있던 시기다. 최종적으로 우리금융은 관료 출신인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선임됐다.

이 외에는 예민한 이슈보다 내부통제 등 큰 틀에서의 당부만 나왔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가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 잠재력 있는 기업이 도약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위기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A 자산운용사 CEO는 "우리는 요즘 금융권 상황과는 좀 다르다. 오히려 운용 수수료가 너무 저렴해서 문제"라며 "은행·증권사 등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자산운용사 CEO들의 건의 사항이 쏟아졌다.

B 자산운용사 CEO는 "공모펀드 관련해서 가입 절차를 단순화해달라고 건의했다"며 "사고 치면 제재를 내리는 방향이 맞다"고 지적했다.

C 자산운용사 CEO는 "과거 라임·옵티머스 때문에 사모펀드에 대한 너무 빡빡한 관리·감독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제안했다"며 "즉답은 없었고,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D 자산운용사 CEO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온건한 발언에 자산운용사 CEO들의 마음도 열렸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이복현 원장에 대해 "굉장히 시장 친화적이고 잘 알아들었다"며 "대화가 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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