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약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층 고조됐다.

한은은 단기간 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선명하게 부인했지만,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느 수준으로 최종 금리 수준을 제시할 것인지, 이에따른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이 어떨 것인지가 한은의 단기적 금리 경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요동치는 금통위원 전망…이 총재 "불확실·불확실·불확실"

한은은 23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져 온 연속 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다. 한은은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된 것인지에 대한 신호는 주지 않았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는 오히려 3.5%가 끝이란 신호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분위기가 돌변했다.

당장 지난 1월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 금통위원은 6명 중 3명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5명까지 늘었다.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명의 위원을 빼고 전원이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구도가 변했다. 조윤제 위원은 당장 이번 달 3.75%로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또 통방문을 통해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단기간 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난달 이창용 총재가 최종금리를 3.75%로 본 사람들은 "당연히" 전망을 조정했을 것이라고 했던 발언은 무색할 정도다.

한은의 경제 전망을 보면 금통위의 이런 급작스러운 구도 변화는 의외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1.6%로 소폭 내렸고, 물가 전망치도 기존 3.6%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 전망이 낮아지고 성장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면서도 1월 금통위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변한 셈이다.

그렇다고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신호를 명확하게 보낸 것도 아니다.

이 총재는 5명의 위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가 전망 경로를 따라갈 경우에는 동결을 선호한다는 스탠스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성장도 물가도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하겠나.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아야 할지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국 연준…3월 점도표 주시

물가와 성장 전망이라는 가장 중요한 두 변수의 방향과 금통위원의 총의가 괴리를 보인 배경은 결국 연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외 여건 중 최근 가장 극명하게 변한 것은 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과 환율밖에 없기도 하다.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면서 연준이 5.0%~5.25%로 제시했던 기존의 전망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연준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현재 1.25%p인 연준과의 금리 격차가 2.0%p 등 더 큰 폭 벌어질 경우 환율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총재도 향후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는 주요한 변수로 금리차를 적시했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과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그것이 시장에 주는 영향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연준이 3월 FOMC 점도표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가 금통위의 결정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의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말한 대로 많은 것이 불확실하고,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실제 인상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제동을 가하려는 고군분투가 느껴졌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도 5명으로 더 많아졌다"면서도 "그럼에도 물가와 성장 전망치는 모두 낮췄고, 수출 여건과 부동산을 비롯해 내수에 대한 걱정은 진심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엇갈릴 때는 행동을 본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단행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3.5%로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기본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매파적인 금통위 메시지로 인해 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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